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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ry or episode

하구 스케치

by plover 2008. 5. 30.

 

어느 한가한 날 찾아 간 낙동강 하구. 지들끼리 잘  지내고 있다, 외려 소외감이 들 만큼.

 

사람이 가까이 보이자 곁눈질하며 후루룩 날아오른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에 이내 내려 앉는 걸 보면 해를 끼칠 동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저들보다 훨씬 큰 동물에 대해 그저 예의 좀 차리는 행동인 듯하다.

 

배와 세 사람을 멀뚱히 쳐다보는 큰 김을 붙인 민물도요 한 마리, 지금 그에게  사람과 배는 구경꺼리에 지나지 않는다.

정면을 지나 갈 때는 그래도 걸음이 조금 더 빨라진다.  역시 예의다.

 

 

저 김을 어디 쓸까?  저희 끼리 하는 놀이가 있다고 하던데, 혹시 김의 크기로 신분을 나눈다면 이 녀석은 제법 귀족에 속할 것 같다.

 

눈치와 예의없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럴 것이면 애당초 고기 잡아 갖다 받치지나 말던지.

이런 저런 장미빛 몽롱한 약속들일랑 하지나 말던지.  누가 그 잘난 밴댕이 새끼를 잡아달라고 했나?

 

이쯤 되면 테러에 다름 아니다.  촉촉하게 반짝이는 쇠제비갈매기 암컷의 눈빛이 아름답다 못해 눈물겹다.

 

어절꺼나 , 요 맹추를 어찌할꺼나 !

 



예의 상 날개를 보여주는 새들,

멀뚱히 사람 구경하는 새들

깃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고 종이 달라도 섞일 줄 알고, 지킬 것은 지키는 조금은 무심한 듯한 새들.

그들을 보고 있자니, 저 새들이야 말로 지금 신기하고 우스꽝스러운 구경꺼리를 대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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