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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Sicklebill[Bird Of Paradise] lll 데이트에 실패한 바로 그 새다. Vogelkop Bowerbird를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와 우리가 이동하는 방향이 같았던 모양이다. 예의 그 날카롭고 강렬한 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까마득히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깃을 다듬고 있다. 극심한 역광에 실루엣만 보이지만 호사스러운 그림자 놀이였다. 2018. 9. 29.
Black Sicklebill [Bird Of Paradise] ll * 뷰어 클릭 요망 한바탕의 현란한 춤에도 암컷이 나타나지 않자 거대한 새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것으로 끝인가 하고 있을 때 그가 홀연히 다시 나타났다. 나뭇 가지를 꺾어 물고 있었다. 사람들의 신음 같은 탄성에 이어 폭발하듯 하는 연사 셔터음들이 들려왔다. 찢어진 잎사귀가 달린 조그만 가지가 꽃보다 더 빛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낭만가객은 가지를 문 채 빠른 움직임으로 또 한 차례 퍼포먼스를 벌였다. 크고 또렷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래도 안올테야?' 나무가지를 버린 새는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내려 하고 있다. 이것이 기괴하게 보이는 것은 스크린의 뒷면이기 때문이다. 그는 디스플레이 용 보조날개와 주날개와 온몸의 깃털을 총동원하여 긴 타원형 스크린을 만들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둥글게 푸른빛.. 2018. 9. 28.
Black Sicklebill[Bird Of Paradise],110cm 산속 사람들의 분위기는 분명히 좀 변해 있었다. 2년은 짧지 않으니 배우지 못하고 따라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셈법이란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내가 birdwatcher 라는 것 외 다른 무엇을 말할 일은 없었고 필요함을 느끼는 때도 없었다. 그 점은 여전했다. 무엇을 좇고 있든, 어느 곳에 서 있든 그리고 누구를 만나건 나그네일 수 있었다. 그것을 잊게 만드는 것은 아직 없었다. 어느 날의 새벽 세시 반 부터 여섯 시 까지는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성격을 가진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를 타야 했고 한 자그마한 섬에서는 뻔뻔하지만 겁이 많은 도둑도 만났는데 그 역시 우리가 탄 차를 운전하는, 여행자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자였다. 여행이었다. 계획은 미래의 현재를 위한 것이지만 그 현실은 모두를 무력화시.. 2018.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