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잠꼬대

누가 뿔논병아리에게 춤을 가르쳤을까

by plover 2009. 4. 26.

 

 

 

벚꽃 필 무렵

현해탄 밀물타고 쿠로시오 해류 낙동강 거슬러 오르면

물위의 새들은 회음부가 간지럽다

봄강에 하늬바람 분다

부풀린 장식깃 뿔논병아리 두 마리 바람에 이는 물처럼 눈 맞을 때

물결은 4/4박자로 찰싹인다

하나 둘 셋 착

하나 둘 셋 척

하나 둘 착 척

착착 척척

아르헨티나여 이제 그만 고백해라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흐르는 라플리타강 뿔논병아리에게서 탱고를 배웠다고

 

 

 

어때요?




 

한 번도 춰 본 일이 없어요




 

잡아 주실꺼죠?




 

저만 따라 오세요.




 

자 갑시다





 

오른 쪽 먼저




 

바람결에 한 번




 

물결에



 

 


 




 

 

그리고 마음 가는대로



 

 


 



 

 


 






 

 

누가 뿔논병아리에게 춤을 가르쳤을까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그 손자를 아리송하게 바라본다

누구는 아버지 하나님의 뜻이라 하고

그는 집단무의식이라 하고

뜨거운 카르마일지 모른다 하고

x도 모르는 유전공학자는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보여주는데

지도에는 시작도 끝도 없는 길만 회오리 쳐

차라리 바람의 속삭임이나 들으랴

단풍나무 물 오를 때 쿠로시오 난류 강물을 부풀리네

하얀 꽃잎 떠서 흐르는 그 강에 서풍 불 때

춤추지 않으면

 

 

 

 

'잠꼬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좀주소  (18) 2009.12.24
안부  (8) 2009.06.24
매화와 새 7  (11) 2009.03.11
매화와 새 3  (24) 2009.02.28
갈색양진이 Rosy Finch, 16cm  (19) 2009.01.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