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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rumped Shama 21.5-28cm (3월의 고요한 아침, 치트완의 숲에서 샤마의 노래를 들어라)

by plover 2013. 4. 5.



샤마가 몇 개의 멜로디로 노래를 하는지 나로서는 다 알 수는 없다.
두 번의 만남에서, 그는 언제나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노래는 없었다.
숲속에서 맑고 곱고 명랑한 노래 소리가 들릴 때 마다 내가 물었다. " 저 애는 누구지?" 그때 마다 무쿤다의 대답은 간단했다. "샤마"
어떤 이는 샤마가 12개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열 둘, 힘있는 상징의 말이다.













3월의 고요한 아침 치트완의 숲에서 샤마의 노래를 들어라
누구에게나 위로는 필요하지
차갑고 두꺼운 돌로 된 방의 신들을 봐
별이 지는 새벽부터 잠들지 못하는 밤중 조차
발 아래 쌓이는 꽃과 향
다정하고 은밀한 속삭임들
살아있는 것들을 지켜 보아야 하는 노고에의 위로 턱
고독과 슬픔은 처음부터 누가 어찌 해볼 수 없는 것들이었어
DNA 염기서열 그 무수한 암호들
차마 발설치 못하는 두려운 비밀의 기록
그러니 그대 부끄러워 하지는 마라
가난할 지라도 까닭 모르는 멸시를 받을 때라도
위태한 초라함이 엄습해 오는 순간이라면 더욱
3월이 오면 치트완으로 떠나라
그곳의 모든 아침
초원의 강으로부터 피어나는 풀잎과 꽃들의 안개
물고기의 푸른 지느러미와 고요한 석류 빛 태양
숲속에 앉아 휘파람을 불면
누군가 노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대의 휘파람 젊은 날 불켜진 창문 아래서 부르던 노래
샤마의 화답은 세레나데 13번 2악장
여름날 해 저무는 시간 푸르른 강둑을 거닐 때처럼
절로 불리어지는 멜로디라면
그는 아바의 마마미야로 답해 줄 것이다
그러나 휘파람이 한숨과 탄식에 가까운 단조음 이라면
샤마는 제 노래들을 차례로 들려줄 것이다
하나의 곡이 끝나면 숲은 더 이상 어둡지 않고
두 곡이 끝날 무렵엔 어떤 이의 서글픈 얼굴이 무슨 정물화처럼 떠오르고
열 두 개의 노래가 모두 불리어지고 나면
마침내 거울 없이도 내가 보이리라
누구나 살아가는 때때로 위안이 필요하고
사라져 가는 것들은 가장 아름다운 위로의 노래를 들을 자격이 있다
고요한 아침 숲속의 샤마
모두는 누군가의 신
그러니 그대도 가끔 잊고 있었다는 듯이 깨어나 샤마처럼 노래해라
가난한 이처럼 미소짓고
부유한 자인 양 눈물 지으며 사랑하는 이들의 무거움이나 덜어 주어라
슬퍼할지언정 부디 노여워 말고


2013년 3월 21일 ,치트완










2013,03,21 Chitwan, 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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