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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West Papua/Papua 2016 June

Shining Flycatcher, 16-18cm

by plover 2016. 7. 18.

 

다음 번에는 금속광택 오묘한 수컷도 만날 수 있기를.

 

female


 

 






 


 

 

님보크랑의 마지막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섭섭하고 허전하다. 올려야 할 사진이 아직 많다거나 희망 만큼 새를 많이 못보아서 미련이 남았다거나 해서는 아니다. 사실 오박 육일의 님보크랑 탐조는 난이도로 치면 고난도였다고 말해야 한다. 접근성의 어려움, security의 불확실성 등은 차치하더라도  더위와 모기와 말라리아 예방약의 부작용 그리고 진흙길 하이킹이 버티고 있다. 그곳의 더위는 무거웠다. 그 무게는 습도 보다는 바람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고요한 더위를 온몸으로 안으며 정글에 들면 땀이 후줄근히 흐르기 시작한다. 모기는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덤벼들므로 가벼운 차림의 가이드 옆에서는 더욱 불리하다. 그도 모기가 물면 찰싹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으로 내리친다. 그러나 닷새를 붙어 다녔지만 그 소리는 몇 번 듣지 못했다. 나의 경우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얼굴 주변으로 아주 작은 날것들이 몰려들고 몸의 어딘가가 따끔거렸다. 열대 정글의 모기는 크기가 대부분 아주 작다. 물지만 않으면 모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소리도 작다. 거기다 파푸아 모기들은 주둥이 끝이 강철이라도 되는지 부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찔러대고 침의 끝은 웬만하면 살갗에 와서 닿는다.  딸이 미국에서 오면서 탐조할 때 입으면 좋을만한 긴팔셔츠를 사왔는데 나무랄 데없이 우중충하고 얇고 가벼워서 칭찬을 크게 해주었다. 거기다 자외선 차단에 방수기능까지 갖추어 얇지만 조직이 치밀하므로 모기도 뚫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첫째 날부터 입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딱 두번만 입었다. 처음에는 따끔거리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지 않아서 두번 째 탐조에도 입었는데 그때 모기 창날의 침투를 여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이후로는 속옷 위에 비교적 두꺼운 면셔츠만 줄기차게 입었다. 결코 더위를 즐길줄 아는 능력은 없는 처지였지만 파푸아의 모기 앞에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더위는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모기를 피할 수만 있다면." 그 가치관은 꽤나 확고해서 그렇지 않아도 조금씩 적응력을 키워가던 열대의 습도와 더위는 이제 더욱 가벼운 것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래서 만약 모기가 적었더라면 그리고 말라리아 걱정은 안해도 되는 곳이었다면 탐조의 난이도는 크게 떨어졌을 것이 틀림없다.


 바지단을 말아서 양말 속으로 밀어넣고 그 주변과 안쪽에 기피제를 정성껏 뿌리는 것은 술라웨시 탕코코의 가이드 사무엘로 부터 전수받은 모기 및 진드기 예방 노우하우였다. 몇몇 트립리포트로 부터 chiggers가 흔하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나는 첫날부터 그 노우하우를 철저히 실행했다. 그러나 술라웨시와 할마헤라에서 좋았다고 해서 웨스트 파푸아에서도 먹힐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다니 파푸아의 모기를 너무 무시한 처사였다.  셋째 날 저녁, 샤워를 하기 위해 양말을 벗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양쪽 발목이 모두 새빨간 작은 꽃잎으로 뒤덮여 있었다. 인도에서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때는 희안하게도 귀국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부터 발목이 가렵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온통 붉게 부풀어 올랐다. 물린 데를 헤아려보니 양쪽을 합해서 백 수십이었다. 약으로도 민간요법으로도 가라앉지 않아서 피부과 의원을 찾았더니 상처 마다 주사를 찔러 넣었다.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주사바늘이 가려운 데를 찌를 때의 짜릿하고 시원한 쾌감을, 주사가 아프지 않았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잠시 영문을 알수 없었다. '두꺼운 등산용 앙말을 신었고 그 위에 모기 기피제까지 듬뿍 뿌렸는데 왜?' 곧 나는 파푸아 모기의 기민함과 그들 주둥이의 강철 같음을 깨달았다. 양말목을 타이트하게 올리면 그 탄력만큼 늘어나게 되고 양말의 조직은 엉성해진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 약점을 놓치지 않고 파푸아의 모기들은 희미한 좁은 틈새로 맹폭을 가했던 것이다. 이튿날까지는 멋모르고 한국에서 준비해간 모기기피제를 듬뿍 뿌려대곤 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던 것이고 지속시간 또한 짧아서 모기들은 어렵지않게 나의 아킬레스건을 파악하여 공격할 수있었던 것이다.  몸의 언딘가가 가려울 때 그것이 염증이나 벌레에 물려서 그렇다면 차가운 얼음찜질이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반대로 항상 몸이 뜨겁다면 염증과 가려움은 왕성해질 것이다.  님보크랑에서는 늘상 뜨거울 수 밖에 없었다. 더위 속에서 꽤 맹렬하게 걸어야 하는 정글에서도 에어컨 같은 건 기대도 할 수 없는 숙소에서도 몸은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모기에 물린 곳의 가려움과 열감은 온몸의 감각을 지배했다. 그 때문에 더 더웠고 그로 인해 피로도가 더했다. 게다가 내가 맹신해 온 촛농요법이 놀랍게도 효과가 없었다. 수십년 간 처음 겪는 실패였다. 그러나 이율배반의 즐거움은 컸다. 신비롭고도 특별한 새들을 찾으며 만나며 누리는 대체 불가의 즐거움, 그리고 마침내 내가 파푸아까지 흘러올 수 있었음에 모든 것이 특별했고 그것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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