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잠꼬대

먹황새 Black Stork, 95cm

by plover 2011. 1. 2.

 

 

요즘 세상이라고 선비가 없겠습니까

천지개벽에 다 변한 것 같아도 한 거풀만 벗겨보면 꼭 같은 걸요

내재한 아름다움을 보는 시력이 약해지고

백 년을 십 년 쯤으로 우습게 여기는 얄팍한 마음들이 두터워진 것이지요

범람하는 지식 덕분에 너나 없이 시건방이 늘어 진짜를 가짜로 보고 가짜는 진짜처럼 여기는 가벼움이 만연한 게지요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시류같은 것은 언제나 있어 왔습니다

사람이거나 사상이었습니다

그를 따르는 일은 고행을 동반했고 시대를 이끌어 가는 사상을 깊이 이해하는 일은 지난했습니다

그래서 느림과 여유는 기본이었습니다

거기는 깃들 수 있는 것이 많았는데 맑음 밝음 고고함 우아함 친절함 부드러움 의리 같은 것들입니다

지금은 기술과 디자인과 정보가 세상을 밀고 끌고 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놀고있지만 스티브 잡스에 이끌리는 것은 아닌 것이지요

당분간이라고 봅니다

'옷을 입음'과 '옷을 벗음' 은 동의어는 아니지만 반대말은 더욱 아닙니다

있던 것 그대로 좀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심산유곡 얼음 낀 맑은 물가 먹황새 몇 분

엄동설한인지라 단사표음에 음풍농월까지는 아닐지라도

아 변하지 않은 순수와 고고함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보며 도연명을 떠 올렸습니다

기죽은 채 숨어 사는 내 안의 순수를 깨워

느림과 여유 평화와 우정이 한 해를 가득 채우게 하시지요

마음의 시대를 기다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잠꼬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라칸다 위의 홍여새 (홍여새 따라서 피라칸다를 먹어 보았네)  (10) 2011.02.23
큰회색머리아비 Arctic Diver, Arctic Loon  (12) 2011.01.26
후투티  (9) 2010.12.26
캄보디아, 두번 째  (3) 2010.10.30
夢遊河몽유하  (9) 2010.10.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