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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다리도요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새들에게서 그의 말을 듣는다. 2008. 9. 1.
Memory 유부도 가을의 습격. 아침 창 밖의 빛이 그러했다. 산능선과 숲과 집들을 노랗게 혹은 하얗게 비추자 그들이 객지이고 내 집이 곧 여인숙이 된다. 그 빛 따라 유부도가 펼쳐지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얼마를 지불해야 이만한 추억을 살 것이던가. 아침 햇살이 경운기와 사람을 하나로 만든다. 이런 풍경이 눈물 나도록 좋았다 사람도 새만큼 예쁘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 곳 암만 봐도 신사들 흔들림 없고 섞이지 않는 저 흑백의 대비가 눈부시지 않은가. 이들이 탁구공처럼 뭉쳐서 내 앞을 또 사람들 사이를 날 때, 새들의 마음을 보는 듯했다. 그것이 환영의 무엇이든 과시의 세리머니든 이해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저녁이다. 무겁고 음울한 빛. 그 섬에 다시 가고 싶다. 2008. 8. 25.
황로 때때로 색깔도 음악적이지 않은가. 첼로로 연주하기엔 너무 선연한 대비. Bach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008. 8. 17.
파랑새를 보는 아이 요즘 어리광이 심하네요.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스물이라고 선선히 대답은 하네요. 파랑새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보고 듣는 게 새인지라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척이라도 합니다. 우리 집에선 동물 안 좋아하면 이상한 사람 되니까요. 적잖이 오랜만에 집에 와서 이제야 같이 좀 지내는 중이네요. 빈 방 놔두고 한 방에서 잡니다. 안 부끄럽냐고 물으면 대답도 안 합니다. 전에 쓰던 D200에 18~200mm 붙여서 적당히 세팅해 줬더니 대포들 틈 속에서 흉내를 내며 찍어 옵니다. 제 사진이 더 좋다고 우깁니다. 아닌 게 아니라 거창한 대포 들고 폼 내며 잡은 것보다 외려 자연스럽습니다. 화각이 커서 그렇다는 것을 녀석은 아직 모릅니다. 설명해 줘도 못 들은 체하겠지만. 파랑새 둥지의 새끼들을 보거나 어미.. 2008. 7. 21.
하구 스케치 어느 한가한 날 찾아 간 낙동강 하구. 지들끼리 잘 지내고 있다, 외려 소외감이 들 만큼. 사람이 가까이 보이자 곁눈질하며 후루룩 날아오른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에 이내 내려 앉는 걸 보면 해를 끼칠 동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저들보다 훨씬 큰 동물에 대해 그저 예의 좀 차리는 행동인 듯하다. 배와 세 사람을 멀뚱히 쳐다보는 큰 김을 붙인 민물도요 한 마리, 지금 그에게 사람과 배는 구경꺼리에 지나지 않는다. 정면을 지나 갈 때는 그래도 걸음이 조금 더 빨라진다. 역시 예의다. 저 김을 어디 쓸까? 저희 끼리 하는 놀이가 있다고 하던데, 혹시 김의 크기로 신분을 나눈다면 이 녀석은 제법 귀족에 속할 것 같다. 눈치와 예의없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럴 것이면 애당초 고기 잡아 갖다 받치지나 말던지. .. 2008. 5. 30.
유채밭의 검은딱새 Common Stonechat,13cm 2008. 4. 27.
해은사 다람쥐 2008. 4. 8.
매화와 동박새6 한 열흘 잘 놀았다. 한 쌍이 꽃가지 위에 나란히 앉은 모습은 기어이 보여주지 않았다. 열심히 꿀을 빨던 새 두 마리가 휴식 차 빽빽한 차나무류 덤불 속에 숨어들기에 녹색 커튼을 조심스레 젖히고 들여다봤다. 이럴 줄 몰랐다. 미안해라! 새와 동물을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주장이란 얼마나 온당한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꽃가지 위에서 이럴 수는 없었니? 내 봄날의 최대 로망은 녹색 커튼, 녹색잎 필터 뒤에서 이루어졌다. 화무 십일 홍, 이제부터 현란한 봄의 행렬이 줄이어 달려오겠지. 2008. 3. 26.
매화와 동박새5 2008. 3. 25.
매화와 동박새4 그 나물에 그 밥 그래도 이쁜... 꽃노래도 한 두번이라더군요. 그냥 쉬었다 가시길... 2008. 3. 24.
매화와 동박새3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혹은 같아 보이는 새들을 만나면서 통하고 싶더라. 이제 나는 저를 알겠던데 나도 알아봤겠지? 그 30 배나 밝은 빛나는 눈으로. 2008. 3. 18.
매화와 참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참새가 와서 앉았다. 귀여운 녀석... 2008. 3. 18.
매화와 동박새 겨우내 기다린 매화가 피었고 거기 동박새가 찾아왔다. 짧은 만남, 스침의 기록 마음의 눈엔 꽃그늘은 빛보다 밝다 매화 질 때까지 수면부족에 시달릴 것 같다. 2008. 3. 11.
붉은머리오목눈이 Vinous-throated Parrotbill, 13cm 이른 아침 매화숲에서도 너를 만났구나 나만 봄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어 진록 편백숲이 너도 싫증이 났던 게지 무서운 행인들 피해 틈틈이 첼로 G선으로 날개를 떨며 꽃가지에 앉아 보더구나 진동을 타고 꽃향기 건너 오고 매화 꽃잎 하나 가만히 떨어지더라 봄이 하나 둘 오고 있네요. 2008. 3. 8.
고니, 큰고니, 개리 등이 있는... "개리야 ,까불지 말고 조신해야제..." 2008. 2. 28.
잿빛개구리매 Hen Harrier, 45~51cm 방앗간 앞에서 두루미를 기다리는 동안 홀연히 나타나서 사냥감을 찾고있는 잿빛개구리매 암컷 한 마리 2008. 2. 24.
다람쥐 내연산 보경사 담장 옆, 잘 생긴 소나무들과 키 큰 낙엽 교목들 사이로 포근한 빛, 예쁜 다람쥐 하나. 2008. 2. 5.
진안 매사냥 진안으로 가는 길은 어디라 할 것 없이 풍광이 좋았다. 지리, 덕유, 마이산을 스쳐서 가는 길이라 그렇고 모래 좋은 남강과 깊숙이 계곡진 경호강을 따라가거나 여러 차례 건너 다니는 길이라서도 그랬다. 덕유산 자락을 벗어나 얕은 산과 논 밭이 이어지는 길 어디쯤에서 불현듯 마이산이 나타났다. 모르는 사이 등 뒤로 다가와서 이윽히 어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 같았다. 존재감 큰 산, 오랜 세월 정성 들여 빚은 듯 아름다운 산의 시선은 부드러웠다. 아담한 면 소재지였다. 여염집과 전혀 달라 보이지도 않는 길가의 집들은 가게나 식당이라며 자그마한 간판을 하나씩 달고 있었다. 웃음이 났다. 식육점을 겸하는 사냥꾼의 집, 그 안방의 세 모서리에 세워진 작은 횃대에는 세 마리의 매가 노란 동그란 눈을 부라리고.. 2008. 1. 29.
낙동강 梅里 아주 너른 강에서 원앙이를 보았다. 좁다란 하천 혹은 저수지나 연못의 그들만 생각했는데 뜻밖이었다. 그러고도 조금 먼거리...사진 찍을 생각은 접어넣고 강둑에 앉았다 왔다, 한참. 2008. 1. 26.
염막 풍경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적당히 색 바랜 갈대밭. 연무에 가린 듯 아웃 포커싱 된 푸르스름한 도시. 그 사이를 한가로이 날고있는 잿빛개구리매 암컷. 조화롭고 평화로운가? 제법 큰 착각이다. 나도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담아 왔다. 노자였던가? "天地不仁." 노장을 무릉도원에서 신선놀음하는 철학자로 여긴 적이 있었지. 배운 대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무시로 꿈꾸는 자연이 인정머리없이 냉정하고 잔인하기만 하다니 ! 잿빛개구리매는 커다란 날개도 모자라 얼룩 무늬로 더욱 무섭게 분장하고 시커먼 그림자를 드리우며 낮게 날고 있다. 공포를 느낀 작은 새와 동물이 실수로 뛰쳐나오기를 바라면서.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의 사소한 내면일 뿐이다. 전체는 어떨까? 그럼에도 최대의 바램은 자연으로 돌아가 푹 묻혀 사는 것. 아이러니?.. 2008. 1. 26.
해 질 녘 삼락동 둔치(낙동강) 해 질 녘에 삼락둔치로 오라는 기별을 받았다. 누군가로부터 풍경에로의 초대를 받는 것은 한 잔 하자는 말을 듣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 큰 도시 한 켠에서 이렇게 편안하고 기꺼운 호흡을 할 수 있다니! " 사람들아, 이런 것 좀 보고 살자. 만날 나만 사무치게 즐거운 듯해서 미안타." 가덕도가 보인다, 가창오리도. 랜딩기어 내리고 뒷 바퀴 빼고.. 구겨지고 찌그러진 마음도 펴 줄 만한 라인이 아닐지 2007.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