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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그리고 돌아와서...

by plover 2008. 12. 12.

 

 

아파트 보도블록 위

정원사들이 가지를 치고 고르느라 흩뿌려 놓은 솔방울들이 구르고 있다.

그 모양이 야무지고 연갈색 속내는 윤기가 난다.

촉촉하고 아주 온전한 단풍닢이라서 어쩔 수 없이 줍곤 했던 것 처럼 하나를 주워 든다.

손에 쥐고 눈으로 향하는 순간 환해진다.

'하...잘도 피었네

너를 꽃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가 뭐람?'

빙글 돌려서 본다.

놀란다.

 

 

 


 

 

 

수 많은 눈꺼풀과 눈.

말이 들린다.

'다 피우고 연 줄 알아?

청설모가

되새가

딱새가

가장 작은 상모솔새가

차례로 저들의 체적에 맞는 틈을 찾아 나를 먹지만

그들의 입과 부리가 큰 만큼에 반비례하여 시간은 짧지

나를 봐

시간이 필요해

아주 긴 시간

수컷의 젖꼭지 같은

깡마른 심지에 가장 가까운 눈꺼풀들은 말할 수 없는 긴 시간을 예비하는 것들이지'

'그 수심 얕은 알량한 시간들이란 뭐람?'

 

 

 



 

 

고칩니다. 북방검은머리쑥새로  인천 송도



 

 



 

때까치-시화호



 

 



 

 



 

 



 

 

 

알아 간다는 것

알았다는 것

통한다는 것은

한 겹씩 옷을 벗는 것

마침내 다 벗고

마주 훤히 보는 것인 줄

무수히 벗고 또 벗은 버드나무에게서 배웠더라.

시화호의 Signifiant 님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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