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짐 위에 길에서쉬지않는나그네 라는 택을 걸 때는 굳이 의도하지 않았다. 나그네라는 단어에 동경과 탈고 안 될 전설 같은 에피소드를 조금 담기는 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훌쩍 지나간 지금,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혹은 당연하다는 듯이 묻곤 한다. 그동안은 어디를 갔다 왔으며 이제 또 어디로 가느냐고.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와이프 조차도 어지간해서는 길을 막지 않는다. 이러 저러한 잔소리를 하지않는 것은 역시 그다운 면이기는 하지만 한 해에 두세 차례 오지와 정글을 헤매기 위해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아무 불평도 불만도 나타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란 거의 성자의 그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의도라도 한 것처럼 내게 여행 혹은 방랑은 거의 정체성이 되기에 이르렀고 어떤 때는 내가 가야 할 길의 지도가 dna에 이미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발리를 여행 한 적이 한 번 있었고 지나친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구름처럼 새하얀 깃털에 하늘색 눈테를 가진 동그마한 새, Bali Myna 사진을 볼 때마다 다만 이 한 종을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발리를 가야한다며 뇌고 있었기에 그곳을 스쳐가는 마음은 늘 아쉬움과 미안함이 있었다. 그 숙제를 하기 위해 발리와 월러스 라인의 시작점에 있는 롬복섬을 찾아갔다. 그리던 발리 마이나와 Javan Banded Pitta를 성공적으로 만나기도 하였지만 놀랍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나는 왜 새를 보는가?'하는 원초적이고 막연했던 질문을 이전과는 다르게 혹은 새롭게 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무엇이 나를 그리로 이끌었을까? 꿈에 대해서 어린시절과 방황의 시대에 관해서 듣거나 들려주는 일 또한 이미 지도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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