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tailed Babbler, 12.5-14.5cm 어둡고 고요한 숲 속에서 가슴팍이 하얀 작은 새를 만난다는 것은 Iking은 배블러 같은 은둔형의 새를 더 보고 싶어 하는 우리의 속마음을 읽었음이 틀림없다. 그는 말없이 트레일을 벗어나 길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숲 속을 자신만이 아는 어느 지점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우리는 조용히 뒤를 따랐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숲은 조금씩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마침내 작은 계곡 앞에서 멈춘 그는 우리에게 서있는 자리에서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 여느 하이드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허술한 가림막은 물론 누군가 딛고 다진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몸을 가릴 곳이 없어서 엉거주춤한 우리와는 달리 Iking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예사로이 파랗게 이끼가 뒤덮인 나뭇등걸 위에 밀웜을 두고 우리 옆으로 왔다... 2023. 2. 27. Black-capped Babbler, 15-17cm 미소가 통하지 않는다면 거들떠보지 말 것, 그는 위험해 우리는 왜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일까? 이런저런 대답들 중에 잘못된 답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딱히 하나의 답을 찾아야 한다면?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나와, 마주 오는 또 다른 나그네가 미소는커녕 시선도 주지 않고 비켜가는 상황을 상상해 보기." 대번에 등이 허전해져 올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나와 그가 날린 미소에 담긴 선량함의 함량만큼 둘은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평화를 사랑하는 안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미소에 실어 보내는 기술이 웃음의 품질이 된다. 이런 일은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사람과 동물, 사람과 숲 속.. 2023. 2. 21. Slaty-bellied Tesia, 8cm 약 2주 동안 태국의 남쪽 Kaeng Krachan NP에서 시작하여 Kanchanaburi , Sukhothai를 거쳐 Chiang Mai, Doi Inthanon NP를 여행했다. birding에 슬슬 열을 올리고 있는 30년지기 두 친구가 합류하여 여행은 각별했고 의미가 깊었다. Baan Maka Lodge에서 만난 사람들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중 몇 분은 이미 친구가 되었고.내가 좀 산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와 나의 지기들 그리고 만난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반갑다, 테시아 어느 페친의 게시물에서 이 새를 보고 감탄과 함께 한숨을 지은 적이 있다. 나도 이 앙징맞은 녀석을 볼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두툼한 도감들은 한두 페이지를 할애하여 아주 작은 새들을 .. 2023. 1. 3. Java Sparrow, 17cm 조롱을 나간 문조 새를 파는 곳에 가 보았거나 길러 본 경험이 있다면 대번에 "어.. 문조네.." 하실 거다. 조롱 안의 인형 같고 만화 속 캐릭터 같은 문조가 실은 java sparrow, java finch, java rice-bird 등으로 불리는 야생의 새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기어이 인도네시아의 어느 들판에서 뛰노는 문조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곳은 보르네오 코타 키나발루 시내의 한 공원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자바와 발리가 그들의 주 서식지였지만 정작 지금 그곳에서는 좀처럼 이 새를 만날 수가 없다. 자바섬을 여행할 때, 가는 곳마다 수소문하고 찾아보곤 하였지만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앞서 이들을 만난 분이 알려준 정보 덕분에 코타 키나발루의 한 공원에서는 쉽게 만날 .. 2023. 1. 2. White-bellied Woodpecker, 40-48cm 경기도 광릉 숲에 살았던 크낙새는 14 아종이 있고 white-bellied woodpecker는 그들의 통칭이다. 우리는 어둑하고 축축한 열대 정글 한 귀퉁이에서 잃어버린 전설이라도 찾은 듯, 집 나간 며느리 선물 꾸러미 안고 돌아 온 듯 반가이 크낙새의 사촌을 만난다. Aug 2022 2023. 1. 1. Snowy-browed Flycatcher, 11-13cm snowy-browed flycatcher 어린 새를 본 적이 없어서 shortwing 종인가 하여 무수히 사진을 찍었다. 미안타. 산을 오르내리는 것에 대하여 산으로 오른다. 시작부터 가파른 길, 데드포인트는 금세 찾아온다. 운동으로 하는 등산이라서 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다.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것도 계획의 일부이다. 일상이 되어서 그런지 데드포인트 느낌은 이내 사라진다. 땀이 나기 시작하면 산 아래에서는 없었던 쾌감이 조금씩 일어난다. 가쁜 호흡은 그것을 부추킨다. 어느 곳에 이르면 하늘이 훤히 넓어지면서 건너편 산과 골짜기 아래로 도시가 펼쳐져 보인다. 보상이다. 역시 멈추거나 쉬지 않는다. 다른 등산이었다면 틀림없이 서서 전망을 즐겼을 것이다. 대 여섯 종의 새소리를 듣고 두세 종은 눈으로도 본다.. 2022. 9. 23. Gray-breasted Wood-Wren,10cm 부자연한 자연 CR에만 26종의 Wren이 산다. 남미의 생물 종 다양성은 알 수록 놀랍다. 한정된 장소 안에서 종 분화가 다양하게 일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자연과학자가 아닐지라도 이런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좋은 서식환경에 더불어 간섭이 적을 것.' 창의성과 다양성은 같은 말이거나 포함 관계일 것이다. 백주 대낮에 정의라는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피묻은 녹슨 칼을 휘두르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두려운 자 우리를 따르라 한다. 자연이 주체가 된 창의와 다양함은 이미 우리가 해치운지 오래다. 대신에 가공과 인공을 더하여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민주주의라는 멋대가리 없는 부자연한 자연을 만들었다. 존재하며 다양성을 지켜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안다. 그나마 없다면 자연 이전.. 2019. 9. 29. 하구풍경 새를 보는 일, birdwatching은 보통명사나 동명사 보다 추상명사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새를 보는 사람들이 외로움이나 슬픔의 분위기를 좀 더 많이 지닌 것처럼. 노랑발도요 *뷰어 클릭 요망 중부리도요 세가락도요 흰물떼새 민물도요 좀도요 민물도요 2018. 6. 7. Yellow-crowned Night-Heron, 61cm 편식은 금물이지만 깔끔한 패턴에 멋스런 장식깃을 한 Yellow-crowned Night-heron 성조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쉽다. Boat 탐조는 여러 관광객과 함께 하는 것이라 제한이 많은 편이다. 게스트의 대부분이 birdwatcher 라면 참 행운이겠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 보르네오의 키나바탕안 강처럼 코스타 리카의 Tarcoles 강도 생태관광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네팔의 열대 저지, 치트완의 랍티강에서 악어를 실컷 본 경험이 없었더러면 타르콜레스 강의 악어들에 많이 놀랐을 것이다. 나를 태우고 카라라 공원으로 가던 택시와 타르콜레스 강으로 가던 승합버스의 운전기사는 다리를 지나기 전에 예외없이 물었다, 다리 위에서 악어를 보겠느냐고. 한 종이라도 더 많은 새를 보고 싶은 마음.. 2017. 10. 11. 후투티 HOOPOE, 28cm (세계 1종) 일기예보, "토요일 오후부터 비, 장맛비같이 세찬 비에 돌풍 동반, 남부지방 100미리 이상." 비를 피해 아침 일찍 태종대로 달려갔다. 붉은가슴울새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아니더라도 때가 때이니 뜻밖의 만남들이 있을 수도 있겠고 늦게 핀 벚꽃에 노니는 동박새도 덤으로 볼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새는 보이지 않았다. 절과 절 사이의 계곡길을 따라 천천히 올랐지만 특별한 만남은 없었다. 운동장에 이르니 워킹을 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못보던 새가 저기 있다며 이끌어 주신다. 우리가 접근하자 훌쩍 몇 발짝 이동을 하는 새는 후투티였다. 이름을 알려드리고 "새가 예쁘지요?" 했더니 처음 보는 새가 있어서 신기했다고 거듭 감탄을 하신다. 나중에야 비교적 흔한 여름철새라는 것을 알게되지만 새를 보기 시작한 .. 2016. 4. 17. 홍여새 WAXWING 겨울의 끝자락에 홀연히 나타난다 마침내 봄이 시작된다. 잘 익은 피라칸다 열매와 버들의 연두 새순을 탐하며 영원히 머물듯 유쾌히 지낸다. 개나리 진달래 거짓말처럼 피었다 지고 남녁의 벚꽃폭죽 터지기 시작하면 그 소리 신호 삼아 연기처럼 사라진다. '올해는 좀 늦었구나. 그러니 더 있다 가렴. 벚꽃 꽃잎 난분분 흩날릴 때까지만이라도.' * 60여 홍여새 속에 황여새는 보이지 않았다. 2014. 3. 9. 동박새 WHITE-EYE 봄은 잠든 사이 내린 눈처럼 와서 시간보다 빨리 달려간다 2014. 2. 23. 제비딱새 Grey Spotted(Streaked) Flycatcher 해마다 구시 월이면 뒷산에서 제비딱새를 본다. 해마다는 기껏 사오 년이지만 빠짐없는 사오년이다. 그러면 가지 않았던 오십 년 동안의 구시월은 어땠을까? 말할 것도 없지. 지상에 없을 어느 오십 년 동안에도 제비딱새들은 구시 월의 말채나무와 느릅나무와 숲 위를 날아다니는 무수한 고추잠자리를 기억해내고는 날아 오고 있을 것이기에. 계절의 정확하고도 철저한 순환은 때때로 무섬증을 일으킨다. 그 지극한 순환과 연결의 궤도에서 나만 홀로 은하철도를 놓쳐버린 것 같다. 해은사 2013. 9. 15. 모르는 척 다가오는 새 한 마리 2 가장 먼저 소개했어야 할 새였다. 하지만 인사 한 마디 없이 사진을 올리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내일이면 섬으로 간다. 봄섬의 새들 속에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아서 늦도록 썼다. 치트완의 사진들을 반복해서 보는 동안 마음은 아직 거기 머물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다. 진행형의 지난 이야기이다. Asian Paradise Flycatcher (1로 부터 이어짐)) 강과 평원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식당에는 이제 막 아침식사를 시작한 독일인 젊은 커플이 있을 뿐이다. 곧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몰려들며 왁자지껄해질 테지만 아직은 고요한 아침의 아름다운 강변 풍경의 한 부분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안개 낀 아침의 햇빛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늘을 두고 햇빛 아래서 밥을 먹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는 .. 2013. 5. 10. 모르는 척 다가오는 새 한 마리 1 좁은 시야와 여유없음의 어설픈 풍경사진들 그리고 잠꼬대 모르는 척 다가오는 새 한 마리 1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 마지막 시리즈를 읽기 시작하면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특별히 권여행하는 스토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그가 무시로 맥주에 대해 수다를 떨거나 음악에 대해 심플하면서도 예리한 감상을 이야기할 때 혹은 분위기에 어울리는 레퍼토리를 읊조릴 때에는 사뭇 목이 마르고 고요히 음악을 들을 준비가 이루어지곤 했지만 이번에는 여행에의 욕구를 자극한 것은 딱히 없었다. 굳이 뭐라도 한 가지 말하라 한다면 언제나 그렇듯 그의 말투쯤이다. 그는 무엇에 대해서건 무심한 듯, 중요한 것은 없다는 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술술 다 털어 놓는 바흐 조로 시냇물처럼 흐르다가 말러처럼 심각하고 치열하게 끝을.. 2013. 5. 10. White-rumped Shama 21.5-28cm (3월의 고요한 아침, 치트완의 숲에서 샤마의 노래를 들어라) 샤마가 몇 개의 멜로디로 노래를 하는지 나로서는 다 알 수는 없다. 두 번의 만남에서, 그는 언제나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노래는 없었다. 숲속에서 맑고 곱고 명랑한 노래 소리가 들릴 때 마다 내가 물었다. " 저 애는 누구지?" 그때 마다 무쿤다의 대답은 간단했다. "샤마" 어떤 이는 샤마가 12개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열 둘, 힘있는 상징의 말이다. 3월의 고요한 아침 치트완의 숲에서 샤마의 노래를 들어라 누구에게나 위로는 필요하지 차갑고 두꺼운 돌로 된 방의 신들을 봐 별이 지는 새벽부터 잠들지 못하는 밤중 조차 발 아래 쌓이는 꽃과 향 다정하고 은밀한 속삭임들 살아있는 것들을 지켜 보아야 하는 노고에의 위로 턱 고독과 슬픔은 처음부터 누가 어찌 해볼 수 없는 것들이었어 DNA 염기.. 2013. 4. 5. 붉은머리오목눈이 Vinous-throated Parrotbii 고요한 부산함 마른 풀잎도 푸르게 흔드는 산들바람 덤불속에 옹달샘에 무수히 반짝이는 나뭇잎 별 뉘라서 크기나 말 할거나 2013. 1. 7. 긴꼬리딱새 Black Paradise Flycatcher 어차피 아무도 아는 이 없으므로 마음껏 상상해도 나쁠 것은 없지. '까마득한 언제, 나는 너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무가 바위와 흙을 지나 마침내 맑은 강물에 목마른 뿌리를 내리듯 우리는 모두 닿아 있지 않은가 말이다. 2012. 7. 18. 긴다리솔새사촌 Radde`s Warbler, 13cm 그리고 또 꿈을 꾸었다. 산속의 저수지를 맨몸으로 헤엄쳐 건너갔다. 녹백색의 커다란 새가 힐끔 힐끔 곁눈질을 하며 부리로 제 긴 꼬리를 다듬고 있었다. 그 곁에서 눈이 화등잔만한, 소쩍새를 닮은 새가 물끄러미 사람을 바라보았다. 우리집 고양이 쿠키의 눈빛이었다. 그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때때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또 얼마나 낯설은 나그네들인가. 2012. 5. 15. 할미새사촌 Ash Minivet 삶은 꿈의 현신. 언제나 아름다운 꿈을 꾸어야 하는 이유. 2012. 5. 14. 긴꼬리딱새 Black Paradise Flycatcher 긴 꼬리가 비행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사오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까지 날아오는 모습과 속도와 빛깔 모두가 놀라웠습니다. 보라색 바람 한 줄기. 긴 꼬리는 탄력있는 유연함에 더불어 무중력 속의 깃털처럼 무게가 없어 보이기도 했고 외려 상승기류를 잘 이용할 만도 할 것 같았습니다. 그가 날아와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사람과 수평으로 앉았습니다. 새는 섬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되어 보였습니다. 깃은 온통 바람에 부풀려 있었고 머리깃 어느 부위는 아예 바람에 헤집어 진 회오리 자국도 있더군요. 그가 꼬리를 둥글게 말며 나를 보았습니다. 미동도 않는 천적을 못알아 본 것이지요. 서로의 동공색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거리였고 사실.. 2012. 5. 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