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가 비행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사오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까지 날아오는 모습과 속도와 빛깔 모두가 놀라웠습니다.
보라색 바람 한 줄기. 긴 꼬리는 탄력있는 유연함에 더불어 무중력 속의 깃털처럼 무게가 없어 보이기도 했고
외려 상승기류를 잘 이용할 만도 할 것 같았습니다.
그가 날아와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사람과 수평으로 앉았습니다.
새는 섬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되어 보였습니다.
깃은 온통 바람에 부풀려 있었고 머리깃 어느 부위는 아예 바람에 헤집어 진 회오리 자국도 있더군요.
그가 꼬리를 둥글게 말며 나를 보았습니다. 미동도 않는 천적을 못알아 본 것이지요.
서로의 동공색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거리였고 사실 그러했습니다. 언제 사람을 그렇게 가까이서 다시 또 보겠는지요.
둘 다 행운인 셈. 그 때 그 공간을 채우던 고요와 긴장, 피아 구분이 없어져 버린 듯한 야릇한 모호함이 섞인 바람의 냄새.
가끔 그렇게 새가 오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꿈꾸던 일이던가요.
* 먼 거리와 잔가지들... 포커싱이 안되어 그나마 예쁜 포즈에서는 셔터가 눌려지지 않더라는... 메뉴얼 포커싱의 결과들.
*홍도 교회 뒤 그리고 마을 서편 숲에도 긴꼬리딱새가 보였음.
'잠꼬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다리솔새사촌 Radde`s Warbler, 13cm (4) | 2012.05.15 |
---|---|
할미새사촌 Ash Minivet (5) | 2012.05.14 |
망고트리 탈리에 비행기 티켓이... (3) | 2012.03.02 |
안의 꽃1 (1) | 2012.02.26 |
챔파꽃 피는 아침 (5) | 2012.02.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