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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Korea

Red-breasted Parakeet, 33-37cm, Cambodia

by plover 2010. 11. 6.

붉은가슴잉꼬, Red-breasted Parakeet 는 생각만해도 웃음이 난다.

새를 좇아아열대 어떤 먼곳으로 갈 때는 그곳에서 특히 보고 싶은 종들이 있을 것인데,

이를테면우리 주변에서 보기는 어려운 화려하거나 깜찍하거나 기이한 새들 말이다.

이들도 그 중 하나였다.

새장 속의 잉꼬나 훈련된 앵무는 새를 보는 사람들의 거친눈에는 새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볼 때마다짠한 아쉬움과 더불어 길들여지지 않은 순수에 대한 갈증을 부추키는면이 크다.

버드와칭과 여행을 위해 그 열대지방을여러 차례 다녀온 분의 블로그에서 이들을 처음 보았다.

새를 표현 함에 있어 화사한깃털과 그들의다채로운 표정들이 특히 압권인(아름다움과 명징함이 없으면 사진으로서는 사양하는)분의 사진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작고 밋밋한 사진이었다.

몇 마리의Parakeet (잉꼬)들이 나무 꼭대기에 있는데 모두 돌아 앉아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할 눈과 부리가 보이지

않는 사진이었던 것. 하지만 작은 충격 같은 울림이 왔다.

그 사진을 올릴 수 밖에 없는 혹은 올려야만 하는 까다로운 야성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을 심하게 타는 훨훨 날아 다니는 어예쁜 야생앵무 또는 잉꼬를 보고싶은 바램은 여행날이 다가올 수록 점점 커지고 있었다.

*붉은 부리를 한 수컷 말고 한 녀석이 더 있는데 찾아 보세요


1 주일 동안부분적으로 본 캄보디아 시엠립일대는 강과 호수를 면한 평원과 열대 밀림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그 숲 또한 구릉이나 산이 아닌 평원의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이parakeet 들은 강과 호수를 낀 들판과 밀림 중 어디에 살고 있었을까?

우리는 밀림보다는 평원지역에서 많은 새를 보았다.

여기 저기 산재하는 덤불과 연밭 언저리에는 어김없이 새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는 즐거움은 소풍나온 아이들의 그것 같았고 시야를 가리는 것이 적어 사진을 찍는 일도 수월했다.

어떤 수상가옥 (마이네 집)에서는 세 대의 카메라를 일렬로 세워놓고 볶음밥과 과일을 먹으며 새를 기다리기도 했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듯새가 나타나면 밥숫가락을 내던지고 각자의 카메라로 다가가 기관총 쏘듯 연사로 찍어대기도 했다.

그 수상가옥은 동네 사람들에게는 식당 및 휴게소 인지라 여러 개의 해먹이 걸려 있었고두셋씩 찾아온 청년들이

거기서 낮잠을 즐기곤 했다.

그들이 잠들기 전까지 새를 기다리거나 사진을 찍는 우리는 신기하거나 이상한 구경꺼리였는데

이방인을 향한가득한 호기심을 일부러라도 감추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흔들리는 해먹에 비스듬히 드러누운 채로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어 민망하기도 불편하기도했지만

그들의 적의없는 '빤히 바라보기'에 익숙해지고 편해지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눈은 마음의 창인 것이다.


18-200 mm


Parakeet, 잉꼬는 밀림에 살고 있었다.

좀 더 가깝게 말하면 밀림 속그 신비롭고 놀라운사원 주변에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먼저 다녀온 분이 굳이 늦은 오후가 되도록맞추어(나중에 확인 되지만 최적의 시간이었음)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누구나 사진을 통해 한두 번은 보았음 직한,

오랜 세월 밀림속에감춰져 있다가 나무 뿌리에 휘감긴 채 허물어져 가는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난

Ta Prohm( 따 프롬)이었다. 사원에 대한 소감은 생략해야 한다.

짐작하듯앙코르 왓을 위시한 어마어마한 유적들은 말과 글로서그 모습들은 어찌그려본다 하지마는

보는 이에게 제각각으로엄습해오는 무차별하고 기괴한 충격은 표현할 길이 없고

다만 당하듯이 느낄수 밖에 없는 대상들이라서 이다.

거기 이 새들이 많은 것은바로 뿌리로 사원을 휘감고 서서히 허물어뜨리는 나무(Spung)가

Parakeet 들의 집이기 때문이다.

세 컷의 사진은 모두 다른 Spung나무다.

다른 나무도 많았지만 언제나spung 나무로만 날아가서 앉았다.

우리가 사원으로 들어서자 그들은 예의 바리톤조로 떠들기 시작했다.

쉴 사이없이지저귀고 있었는데song이라기 보다는 모두call 에 가까웠다.

이튿 날 혼자서 조용히 관찰한 바에 의하면 그들은 대단히정교하고 철저한 경보시스템과

섬세한 소통을통해 무리의 안전을 도모하거나 공동 생활을 꾸려나가는 듯했다.

예컨대 사원으로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 동안에는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누구라도 낯선(모두가 낯설지만 이미 들어온 사람과 이제 들어 오는 사람을 구분하는 듯 했음) 여행객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다른 잉꼬들에게 경보를 울리는데 여행자 무리가 클 수록 소지한 것들이 위압적으로 보일 수록 크고 요란

하게 울어대어 어느 새 사방의 모든 잉꼬들이 합창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곤 했다.

그러니 상상해 보라.

Ta Prohm 은명소 중 명소인지라 인적이 끊기는 시간은 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이 들끓어도 여전히 고적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사원을 울러퍼지는

Parakeet들의 바리톤 노래 소리를.



늦은 오전에는 Parakeet들은 Spung 나무에 몸을 숨긴 채쉬고 있었다.

아니 숨길 것도 없었다. 붉은 색이 도는 가슴과 수컷의 붉은 부리를 제외하면 그들의 체색은

Spung 나뭇잎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같다.

여느 새들처럼 부리를 깃에 묻고 살구색 가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 채

(실은 그들은 쉴 때 상체를 거의 완전히 꺽고 부리를 깃에 묻음)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그 나무 아래서 쌍안경으로 찬찬히 스캔하듯이 찾아도 결코 눈에 띄지 않는다.

몇 그루의 Spung나무가 이웃해 있는Ta Prohm에서도비교적 행인이 적은 후원 같은 곳에서

두시간 쯤을 목이 아프게 올려다 보았지만 그들은 정녕 소리로만 존재하는 새들인 양 찾아 낼 수 없었다.

오히려 첫 날 늦은 오후 새들이 가장 많이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 갔을 때, 다른 나무로 이동하는 새를 끈질기게

눈으로 좇아 그것도 셋이서 서로 확인해 줘가며 겨우 찍은 사진에 운좋게도 암수 한 쌍이 담겨있었는데

어이없게도 풍경용 광각렌즈에 담긴 그 사진이 전용 렌즈로 찍은 것 보다 마음에 든다.

누구에 의해혹은 무엇 때문에 그 기적같은 유적들이 그리도 오랜 세월을 거짓말같이 감춰질 수 있었던 것일까?

새를 보는 사람이라서 야릇한 아이러니와 상상의 비약이 고동을 치는데 내용은 믿거나 말거나이다.

사원들이 밀림에 뒤덮였다고 하나 정확하게는 Spung 나무들만이 지붕으로부터 조차 뒤덮어 감출 수 있었던

것인데 그렇다면Spung 나무의철저한공생자 Parakeet 들은씨앗 그득한똥의 힘으로

아름다운 사원의 두번째 주인이 된 것이나 아닐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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