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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Korea

팔색조 Fairy Pitta,18cm

by plover 2012. 5. 28.

차에서 내리자 마자 들려오는 긴꼬리딱새의 노래소리는 싸이렌의 그것과 같습니다.

얼마를 더 가야 하는 지도 모르는 바쁜 길이지만

30분 만 더불어 놀기로 하고 나무 아래에 mp3를 틀어 두고 카메라로 돌아옵니다.

자리를 잡고 앉기도 전에 어디선가 나타난 검보라빛 새 한 마리,  긴 꼬리를 휘날리며

노래가 울려나오는 나무를 휘돌아 갑니다.

그 비행의 유연함과 민첩함, 그의 노래의 경쾌함과 씩씩함,  생명과 빛은 동의어인 것이지요.

세상이 새 한마리를 위해 존재하는 듯합니다.

 

'나는 너의 적도 친구도 될 수 없으니 너는 루소이며 고흐이며 램브란트이며 푸치니.

에르미타주에서 거듭 거듭 발길을 돌려 세우던 그림이며 이름없는 그 화가.

무엇보다 그 모두를 아우른 빛나는 생명.'

 

긴꼬리딱새의 쏭과 콜이 울려퍼지자 멀지 않은 숲속에서 또 다른 남국의 새가 응답을 합니다.

하산 길을 기약하며 길 없는 숲을 헤치고 갈 채비를 합니다.

멜빵을 오른 쪽 어깨에 걸고 무거운 카메라는왼 쪽 허리에 오도록 크로스 시킵니다.

장갑을 끼고 자켓의 지퍼를 채우고 신발끈도 한 번 더 조입니다.

요사이는 가시덤불을 넘어야 숲이 시작됩니다.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어둑한 숲속은 길이 없어도 다닐 만 합니다.

빛이 닿지 않으니 풀이나 관목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쉼없이 울려퍼지는 긴꼬리딱새의 노래소리가 음침할 만도 한 숲속을 호젓하게도 신비롭게도 만듭니다.

자그마한 계곡을 뒤덮은 활엽교목의 숲속에 여러 쌍의 삼광조가 사는 모양입니다.

수풀에 가려진 돌담장이 나타납니다.

예전엔 밭이었거나 화전민 집터였을 것입니다.

빛이 스며드는 담장 안의 공터가 어찌 그리 환했으며 그리고 그 빛에 왜 그토록 긴장했을까요?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입니다.

눈길이 절로 그리로 향합니다.

본래 모든 생명은 찬란하다 할 만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필요한 이들에게, 갈급한 이들에게, 뜨겁게 찾고 기다리는 이들에게 그 생명들은 광휘를 내뿜으며 불현듯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 너였구나.

너의 빛이었구나.'

 

 

풀과 잔가지 뒤의 새, 숨막힘과 떨림 때문이 아닐지라도 오토포커싱은 언감생심.

수동으로 전환해서 이리 저리 맞춰보건만 수많은 장애물 뒤에 숨은 보석.

 

 

 

 

키를 높이고, 한뼘 두뼘 옮기고, 외로 보고 모로 보니 바늘 구멍같은 문구멍. 마침내 오토포커싱. iso를 낮춰 보는 여유도.


 


 

 

산들바람에도 풀잎이 흘들리고 문구멍은 흐려지고.

 


 

눈이 아닌 몸통에 포커싱 하는 수 밖에.

 

 

 


 

 

 

한 뼘 오른 쪽에 좀 더 큰 문구멍 !!!


 


 

 

 


 

 

 


 

 

 


 

 

 


 


 

새들의스트레칭은 움직이기 직전의 그것.

왼 날개.

 

 

 

오른 날개

 

 

내가 보았듯 그도 보았다.

단지 모르는 체 했을 뿐, 분명했다.

 


 

 

 

다시 찾을 수 없는 문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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