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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Borneo

Stork-billed Kingfisher, 37.5-41cm

by plover 2016. 5. 22.

20 미터 밖에 있었어도 행복했을 것이다.

10 미터 쯤 까지 와주면 가슴 먹먹히 벅찼을 것이나 그는 꽃처럼 가까웠다.  정원의 한 송이 커다란 꽃처럼.

 

"Thank you, Jason."

 

 

 

 

 

 

 

 

 

 

 

 

 

 

 

Sepilok jungle resort, Sepilok, Borneo

 

 

 

 

 

 

세필록 정글리조트의 새 (Stork-billed Kingfisher)

 

보르네오 세필록 오랑우탄 보호구역 조금 못 미친 곳에 세필록정글리조트가 있다. 그 안에는 학교 운동장만한 정원(실은 정글의 일부)이 있는데 절반 정도가 연못이다. 우리가 도착한 첫날, 리조트의 요리사이자 버더와쳐인 로버트로부터 3종의 킹피셔를 연못 주변에서 볼 수있다는 거짓말 같은 낭보를 들었다. 뛸 듯이 놀랍고 기뻤지만 그 중에서도 네팔의 치트완에서는 까마득히 먼 거리로 애를 태우던 스토크-빌드 킹피셔가 식당 테이블 바로 앞에서 먹이 활동을 하곤 한다는 이야기는 거의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거듭되는 의심을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투의 대답으로 단호하게 자르거나 눌러버렸다. 단서를 붙였다. 어제는 왔지만 오늘도 내일도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목이 마른 내가, 그러면 언제 오느냐고 물으면, 당신이 운이 좋으면... 하면서 빙글 빙글 웃기만 했다. 내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연락을 해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아두었지만 식당을 들를 때마다 물었다. “킹피셔 보았어요?” 하루에 적어도 두세 번 식당을 가는 것이지만 기실은 대여섯 번은 호수라고 해야 더 옳을 연못을 가로 지르는 구불구불한 목교를 건너가곤 했다. 사흘째도 나흘째도 새는 오지않았다. 세필록에서의 마지막 날, 일찌감치 여장을 꾸려놓고 느긋하게 리조트 주변의 새들을 찾아다녔다. 마지막 점심을 먹고 흰배뜸부기나 제대로 한번 볼 셈으로 그들이 곧잘 나타나곤 하는 울타리 쪽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황급한 전갈이 왔다. 다시 바나나 레스토랑으로 뒤돌아 달려갔다. Jason이 느긋하게 테이블 바로 앞 쪽의 조그만 섬을 가리켰다. 스카이 블루가 섞인 코발트 정장, 황토빛 머리와 가슴, 장엄하리만치 큼직한 붉은 부리를 내밀고 오두마니 앉아서 우리 쪽을 보고 있는 새. 꿈에도 그리던 Stork-billed Kingfisher 였다. 숨이 멎을 것같았다. 하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느릿할 뿐아니라 대수로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식이었다. 갑자기 Jason은 빵가루를 한웅큼 쥐더니 망설임도 조심성도 없이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내가 그의 팔을 잡아 당겼다. “Don't move, Jason." Jason은 나를 돌아보며 빙글 빙글 웃으며 말했다. "Why?" 당신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알고 있으니 이 손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연못을 향해 돌팔매하듯이 세차게 빵가루를 집어던졌다. 새 바로 앞 쪽에 첨벙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새는 도망은 커녕 긴장한 자세로 눈을 반짝이며 물을 노려볼 뿐이었다. 빵가루에 몰려드는 물고기들을 스캔하고 있었다.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대부분인 물고기들 속에서 적당한 크기의 사냥감을 찾느라 여념이 없는 듯했다. 새는 400mm 화각에 가득 차게 들어왔다. 기쁨에 겨운 어린 아이처럼 어찌할 줄을 모르는 환희에 찬 바보 같은 어른들이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셔터를 눌렀을까? 와중에 새는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 앉기도 했다. 마치 우리의 마음을 다 읽고 있다는 듯. 하지만 그렇다.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닌 것이다. 이곳저곳 공원이나 산길에서 곤줄박이와 박새들이 땅콩을 가진 사람의 손에 잘도 앉지 않던가. 혼자서 여행을 할 때면 사람들이 묻는다. 먼 곳일수록 내 모습이 이방인으로 보일수록 더 자주 물어본다. “혼자세요?” 혹은 “왜 혼자 왔어요?” 나그네에게 던지는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질문에 실은 두 가지의 뜻이 담겨있다. ‘당신, 혹시 위험한 사람인가?’, ‘ 너에게 무슨 슬픈 일이 있는가?’ 이다. 경계와 연민이다. 이런 질문에 우쭐해하거나 우울한 대답을 하는 것은 어리석다. 친절한 대답이 좋다. 이를테면 “고맙다. 휴가다. 아내와 함께 오고 싶었지만 상황이 어려웠다. 나는 이곳을 좋아한다.” 이런 간단한 대답에 상대방은 약간이었지만 경계심은 풀고 관심과 연민의 눈빛만 남기게 될 것이다. 친구가 될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위험한 적의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 그 안에서야 진정한 평화가 포근하게 감돌 수 있다. 싫거나 불편한 누구, 나에게 적의를 가진 어떤 급우도 없는 교실을 상상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나는 단 한 번도 완전한 평화를 느껴 본 학급 또는 우리 교실을 가졌던 기억이 없다. 하물며 어린 시절이 그랬다. 그러면 지금 당장 별일이 없다고 우리는 과연 진정 평화로운가? 새는 사람으로부터 평화를 획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킹피셔들은 새 중에서도 비교적 더 민첩하고 예민한 편에 속한다. 그런 그가 불과 5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경계를 풀고 사람이 만들어 주는 사냥환경을 즐긴다는 것은 마음껏 더 크게 더 깊게 평화로운 천국을 꿈꾸어도 좋다는 일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가 육식을 줄이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마침내 “꽤 오래 전부터 지구의 인간들은 고기를 먹지 않아” 라고 어느 외계인들이 말하게 될 때 쯤 우리네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자주 이 즐거운 상상에 빠지곤 한다.

 

*7월과 8월,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에게 행운이 따르기를 바라며 그때 써두었던 글을 덧붙임.  2016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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