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에 무려 1800여 종이 담긴 birds of peru 를 대강이라도 훑었는데 대부분이 전혀 생소한 종이었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름들이 어렵기도 해서 어떤 family 들은 시험공부하듯 적으면서 익히기도 했다. 워낙 아메리카의 새에 대해 무식하니 어느 정도라도 공부를 하고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가이드에게 할 말을 준비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었다. 처음 만나는 가이드는 어떤 새가 특별히 보고싶으냐고 물을 것이고, 그러면 "무슨 새라도 좋으니 많이만 보여주세요." 라든지 "나는 컬러풀하게 예쁜 새가 좋아요. 그러니 그런 새를 많이 볼 수있게 해주세요 ." 라고 말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목적을 제대로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대답하지 못한다. 특별히 보고싶은 몇 종에 대해서 이야기는 했지만 그런 것이 가이드에게 무슨 감동을 주었겠는가. 얼마나 많은 종이 있고 이름들이 있는데 말이다. 아침 식전에 탐조를 나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 자리에 서서 수십 종을 보는 일도 있었다. 내가 아는 체를 할만한 여지 같은 건 언감생심 어림도 없었다. 저녁 식사 후에 오늘 본 새들을 확인하고 기록할 때도 불러 주는 이름 찾기에 급급하고 무슨 생각도 반문도 할 겨를은 없었다. 그러나 오후 탐조는 비교적 느긋할 수 밖에 없었는데(세상 어디나 그런 것은 같은 모양) 그 때서야, 여기도 TOUCAN 이 있을까요? MANAKIN은 어디를 가야 있어요? ANT BIRD 는 왜 이렇게 모두 shy 해요? 여기는 cock 롯지 처럼 TANAGER 가 많지 않네요. PUFF BIRD 가 생각보다 드물군요. 등의 말들을 겨우 했을 뿐이다. 8일 밤 9일 낮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랬다. 도감에서나 구글의 사진들에서나 모든 TANAGER는 컬러풀하고 깜찍했다. 게다가 이쪽에서는 볼 수 없는 종이기도 해서 기대를 많이 가졌다. 과연 종도 개체도 많았다. 볼 때마다 감탄하게되는 것도 예외가 없었다. 아쉬운 점은 그들 모두가 잠시도 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고 거리를 잘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페루에 도착한지 1주일 만에 처음으로 만난 TANAGER가 BLUE-GREY 다. 새가 예쁘기도 했거니와 첫 만남이라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감동도 주었다. 마추픽추를 내려와 쿠스코로 돌아가는 기차(페루 사람들은 그냥 기차라고 하지 않고 꼭 페루레일이라고 부른다)를 기다리는 플랫폼이였는데 많은 여행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커다란 렌즈를 휘두르는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찍었다. 그리고 가이드를 만나자 마자 자랑을 했는데 대번에 하는 말이 "블루 그레이 타나예르"였다. 태너저가 아니고 타나예르(스패니쉬 인듯) 냐고 물으니 영어에서도 절대로 "태너저"라고 하지 않는다 했다. 정말로 그러한지는 영어권사람을 만나서 물어봐야 알 수 있겠으나 내가 가진 전자사전의 발음기호도 거기 전자발음도 '태너저~ '.
2014,10
Machu Picchu, P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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