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과 두통이 번갈아서 혹은 같이 오곤 했다. 쿠스코를 벗어나면 마추픽추에서 그랬던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산뜻해지리라는 기대는 허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누로 가는 길은 4000M가 넘는 산을 몇 번이나 오르 내리며 하염없이 굽이치는 길. 어쩌다 한 번 큰 산을 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안데스 자락을 휘돌아 올랐다가 다시 광활한 능선길을 달리고 그리고 잠시 내리막인가 싶으면 어느새 거대한 산이 앞을 막아 서곤 했다. 쿠스코에서 한 주나 지내며 고산증에는 왠만큼 이력이 났다고 우쭐대던 참이었는데 허무했다. 그러는 중에 또 아득한 어느 정상 부근에서 물이 넘쳐 흐르는 개울을 만났고 곧 마을이 나타났다. 고산증을 잊게 하는 충격적인 평화로움과 정갈함, 새도 있었다. 이름에 걸맞게 커다란 벌새(Giant Hummingbird, 21cm)도 있었지만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2014,10
Manu-road, P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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