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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Peru

WHITE-LINED ANTBIRD, 13-14cm (마치면서...)

by plover 2014. 12. 11.

 

 

ANTSHRIKE, ANTWREN, ANTVIREO, ANTTHRUSH, ANTPITTA 그리고 ANTBIRD. 이름에 ANT를 가지고 있는 새가 100종이 훨씬 넘는다.  개미가 많다 보니 개미를 주식으로 하는 새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개미새들이니까 그들이 땅위를 콩콩거리며 뛰어 다니는 모습도 쉽사리 만나겠거니 했다. 전혀 새로운 종인데다 많기도 하니 당연히 관심이 컸고 가이드에게도 물었다. 쿠스코를 떠나 마누로 가는 길이었다.  "페루에는 개미새들이 참 많네요?" 비르힐리오는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 예, 많습니다. 대단히 많은 앤트버드들이 있어요."  그리고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아니다. 그가 반문했다. " 아시아에는 개미새가 없어요?" 라고.  나는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없으며 그 새들이 보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우리의 개미새 관련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친절, 자상함, 수다 같은 단어와는 한참 거리가 먼 그 인지라 대답에는 언제나 딱 쓸 것만 있었다. 장도를 함께 여행할 때 유일한 동행자가 말이 너무 많은 것 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근 열흘을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는 주구장창 같이 걷거나 얼굴을 마주 봐야 하는 사람이 좀머씨처럼 과묵한 것도 외로운 나그네에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나의 문제일 뿐으로 성실하고 유능한 버딩가이드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가 잊는 적은 없어 보였다. 눈이 밝고 귀는 더 밝아서 그가 차를 세우면 반드시 새를 만나게 되었다. 언제나 망설임 없이 녹음기와 스피커를 꺼냈고 즉시 소리를 낸 새를 찾아서 스피커를 울릴 줄을 알았다. 식별할 수 있는 새의 소리가 최소 2000 종은 된다고 했다. 그러면 지금껏 본 새는 몇 종이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많이 아주 많이..." 라고만 대답했다. 브라질, 컬럼비아, 코스타 리카에서도 가이드를 했고 그 세월이 15년 정도라고 했으니 경지에 오른 것이리라. 종의 수를 헤아리는 일 쯤은 벌써 그만두었을 법 하다. 그런 건 나처럼 모든 새가 신기하고 새로운 종으로 보이는 초보자들이나 하는 일이 틀림 없는 것이다. "산은 산, 물은 물, 새는 새" 라는 말이 꾹 다문 그의 입가에서 맴돌고 있는 것을 본 적도 몇 번 있다. 내가 특정한 새에 열광하거나 혹은 방정을 떨다가 문득 정신을 좀 차릴 때 쯤이었을 것이다. 여행 중 13 종의 ANT버드를 만났다. 뜸부기류가 가장 샤이하고 스컬키 하다는 생각을 이제 바꾸었다. 그 자리에 개미새가 우뚝 서버렸다. 가이드가 애타게 녹음기를 울린 덕분에 모두 지척에서 만났지만 얼굴을 제대로 본 새는 이 WHITE-LINED ANTBIRD와 CHESTNUT ANTSHIRIKE 뿐이다. 그 때 비르힐리오는 앤트버드에 대해서 왜 말문을 닫아 버렸던 것일까? 그의 과묵함이 30%, 그들의 수줍음과 소심함에 대하여 너무 잘 아는 이유가 70% 쯤 되지 않았을까? 자칫 한 종도 제대로 못 볼 수 있는 리스크를 경험 많은 전문가이드는 염두에 두어야 했을 것이므로. 30여 시간의 비행 끝에 지구본을 수직으로 꿰뚫고 나가 남미의 한 나라에 도착했고 서로에게 철저히 낯선 이방인으로 만나 약 열흘을 함께 했다. 나는 무조건 그에게 의지해야 했고 그는 조건부로 나를 책임져야 했다. 그 사이에는 민감한 사안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같이 덜렁대는 사람이 아니라 신중하고 충실한 그였기에 단 둘만의 멀고도 험한 여행을 안전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책임감에 힘도 들었을 것이다. 그가 불편하다고 여긴 때가 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모든 것이 그립다. 이런 저런 자질구레한 사연들은 저만치 밀어두고 그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다. 아무리 Manu 라고 하지만  300여 종을 볼 수있게 해주었으니 그는 뛰어난 가이드였고 쾌적하게 지냈고 무엇보다 안전하게 마쳤으니 이만한 행운과 성공이 있겠는가. " MUCHAS GRACIAS, VIRGILIO!  ADIOS~"

 

 

 

 

 

 

 

 

 

 

 

 

 

 

 

 

 

 

2014, 10

 

Amazonia, Manu, Peru

 

 

 

 

WHITE-LINED ANTBIRD를 마지막으로 2014년 10월의 BIRDS OF PERU  사진 연재를 마칩니다. 우연찮게도  벌새로 시작해서 개미새로 마치게 되는군요. 관심 가져주시는 것 만큼 신속하게 업로드 할 수 없어서 저도 마음 아팠습니다.  새로운 사진을 올리지는 못했는데 방문회수는 100을 훌쩍 넘어 버리는 그런 날은 좀 미안하기도 했구요.  낮이면 열심히(기준 모호) 일해야 하고 밤을 틈타 정리를 해야 하는데, 300 여종의 새 사진들 속에서 쓸 만한(?) 것을 골라내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고 고른  새의 신분을 밝히는 일은 더 시간이 먹히는 일이었습니다. 거기다 새만 보면 무슨 잡생각들도 우루루 몰려오니 그것도 한 두줄 끄적여야 해서 더 오래 걸리고 말았습니다.  한 해가 또 저물고 있습니다( 네, 또). 저는 그래도 올해가 꽤 길게 느껴집니다. 새를 많이 만나고 일도 열심히 해서일까요? 실은 새를 많이 만났지만 일은 내년에는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중입니다. 내년에는 또 다른 남미의 새 혹은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사이의 섬에 사는 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다만 꿈이 아니길! 그럴려면 와이프에게 더 잘 보여야 겠지요? 무섭지만 참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2015년에도 건강하시고 행운이 늘 함께 하기를 빕니다. Muchas gracias! 대단히 고맙습니다 !  

 

 

 

*  total : 278 종 ( 가이드의 기억에 의한 수) + 추가로 본 10여종 -- 280 종 이상

   photo : 240 종

 

 

* 여행기간 : 2014년 10월 11일~10월 29일

* 탐조기간 : 9일(가이드) + 1일(solo)

* 탐조 장소 : 마추픽추, Sacsayhuaman(쿠스코), Huacrapay Lake(쿠스코 인근), Manu National Park ( Cock of the Rock Lodge 3n4d ,  Amazonia Lodge 4n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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