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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섬에 사는 솔개 Black Kite, 58.5cm

by plover 2008. 4. 13.

예쁘지 않은 섬은 없다.

나무섬에 내린다. 큼직한 간출여 몇과 조그만 섬을 두셋 거느린 작지 않은 섬.

삼 년이나 사년 만에 처음으로 섬에 왔다.

섬에 오를 땐 언제나 그러하듯 가슴속에 희열 같은 것들이 가득 차 오른다.

거침없이 부는 바람, 하늘처럼 푸른 물, 회색 바위를 덮고 있는 풀과 나무 그리고 즐거운 기억의 효과다.

가파른 턱을 올라 고개를 드니 다급히 날아가는 새가 있다.

숲으로 숨는 새는 후투티다. 어설픈 날개짓과 그 감출 수 없는 깃과 색이라니... 

역시 섬의 식생은 건강하다.

아열대 식물과 온대성 그것들이 적당한 비율로 풀밭과 관목숲을 이루고 있는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저위도 남서해 섬의 식물들의 녹색에는 싱그러움과 더불어 수채성 투명함이 담겨있다.

방풍이 지천이다.  동백나무 아래선 팔뚝 굵기의 천남성들이 죽순처럼 솟고 있다.

뭍에서는 볼 수 없는 양앵두 만한 열매를 가진 보리수나무도 널려있다.

반쯤 익은 불그레한 열매를 씹어본다. 시큼 텁텁한 즙이 입안에 가득 고인다. 비로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섬에 왔다.

바람이 세차다.

파도 위에는 하얀 물보라가 일고 있다.

솔개가 쉼 없이 소리를 지르며 선회하고 있다.

 

 

 

솔개는 두 마리다. 한 쌍이려니...

물보라 이는 푸르른 수면 위에서 연처럼 바람을 타고 있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솟구치고 급강하도 해보지만

난다기보다 바람을 불러 즐기고 희롱하는 듯하다.

 

 

 

생각났다는 듯이 매가 휙 지나가곤 한다.

새매로 보이는 새도 카메라의 느린 움직임을 놀리 듯 날아다닌다.

수풀 속에서 마른나무 가지 위에 볕바르게 앉아 있는 파란 큰유리새 수컷을 만난다.

살금살금 기어가 두세 컷을 찍는다. 새는 이내 날아간다.

 

 

 

동백나무가 빽빽이 들어 찬 벼랑에서 가랑닢처럼 우수수 일어나는 것들은 놀랍게도 동박새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솔새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부르는 소리로 숲은 활기로 가득 차 있고

모습은 안 보이지만 여러 다른 새들의 지저김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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