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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매화를 보러 갈 때에는

by plover 2010. 3. 27.

 

 



 

 

 

 

매화를 보러 갈 때에는

 

 

마침내 백여 그루 매화나무에 꽃이 다 피었습니다

오늘이나 내일 밤엔 가로등을 꺼도 좋을 것입니다

그 곳을 가게 된다면

어떤 빛과 색은 중력을 무력화시킨다는 것도 알게 되겠군요

길을 걸을 때는 조심하세요

가벼워진 발걸음 때문에 옆 사람에게 일없이 쓰러질지도 모르니까요

화장일랑은 하지 마시구요

하물며 오데코롱은 하이웨이스타를 틀어놓고 녹턴에 귀를 기울이는 것

생각났다는 듯 미풍도 불어 올 것입니다

아득한 낡은 향기

희한하게도 그것은 오래된 정원의, 젊은 어머니의, 시집 간 누이의, 앉은뱅이 책상의, 석유등 어두운 밤

과거의 향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도 생각 나겠지요

향기는 타자에의 인식의 시작이며 사랑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힘

색바랜 편지 한장 뇌리를 스치겠지요

기억처럼

초록색 새가 꽃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본다면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도 삼키고 바라보세요

봄이 온 것입니다

어둠의 끝이며 열락의 시작일 것이라 굳게 믿게 하던 수십 세기 전 부터의 그 봄

그도 아니라면

어둡고 무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시지요

가득한 매화

향기

초록의 새

여전히 어쩔 수 없다면

꽃그늘 아래나 한번 서 보세요

빛을 이긴 어둠 속

외려 밝은 그늘 안

당신에게 그 봄이 와 있기를

 

2009년 3월 11일

 

 


 



 

 


시간의 빠른 흐름이 아쉬운 것은

그 속도와 거리 만큼 성숙하기를 바란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1년 전에 불렀던 콧노래와 잠꼬대는 여전히 덧없이 돌맹이로 등산화에 툭툭 걸리더이다

오스카가 깨뜨린 그 유리조각이 내게도 깊숙히 박혔던 걸 잊고 있었던가 봅니다

생긴대로 살아야지요?

그의 시간이 그랬듯

나의 시간도 조금도 흐르지 않았음을

작년의 그 초록색 새와 농염한 꽃이 종일 곁에서 속삭이더군요

'넌 아직도 멀리 있네

낡은 자켓의 안주머니속에서 더 낡은 회중시계를 꺼내기를 반복하며...'

생긴대로 살렵니다

술이나 한잔 하실래요?

친구가 정극인의 상춘곡을 불러쌓네요

절창인데요!

꽃나무 가지 꺾어 잔수 세어가며 먹자네요

은 좀 달라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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