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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큰유리새/Blue and white Flycatcher/16.5cm

by plover 2010. 4. 29.

 

섬에 첫 발을 딛는 순간 부터 우리를 보고 있던 새였을 것이다.

좁다란 골목길을 걸을 때도 무엇인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보면

담장이나 낮은 지붕위에서 빤히 사람을 바라보는 큰유리새가 보였다.

나무에도 밭에도 심지어 길위에도 때로는 던져놓은 듯 어설피 앉아 있었다.

예사로이 다가가 보면, 뻗으면 닿을거리까지 견디다가 못이기는 척 옮겨가 앉곤 했다.

지친 나그네의 외로움과 배고픔은 위험한 것.

고개를 외로 꼬고 누구냐고 묻는 듯 혹은 조금 화가 난듯 사람을 바라보는 큰유리새의 한결같은 시선과 표정.

먼 길에 지친 나그네라면 누구나 그러하지 않을까?

사람을 새보듯 하는 그들의 멀뚱한 시선은 의외로 집요했고 강하기도 해서

어느 때부터는 줄곧 어떤 동질감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곳은 서해 먼 바다에 둥그렇게 떠있는 섬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나그네가 될 수 밖에 없는 역같은 땅, 섬 말이다.

섬을 여행하는 여인들의 화장은 뭍을 여행할 때의 그것보다 훨씬 짙어 보였는데 번쩍이는 눈빛은 차라리 거미줄 같았다.

피로한 몸에 깃든 공허한 해방감은 영혼의 빗장을 해제시키나 보다.

 

 

 

늘 이런 자세였다

 

 

 

 

 

 

 



 

간밤이거나 이제 막 도착한 아이일 것이다. 오면서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뒷바람을 맞은 흔적이 역력하다.

 

 

 

 

 

 



 

하루 쯤 지났을까? 아직 깃들이 제자리를 다 찾지는 못했다

 

 

 

 

 

 



 

충분한 휴식을 가진 새일 것이다. 내일 다시 같은 장소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암컷?

 

 

 

 

 

 

 

 

 

 

 

 

 

역시 학교옆 초지에서 새를 찾거나 기다리는 동안

동쪽 산정 전망대로 오르던 여인들의 탄성이 들렸다.

아직 '새'를 특별히 발음하지 않았지만 탄성을 듣는 그 짧은 순간 새와 관련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예쁘다..." 정말 예쁜 말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가서 그 예쁜 말의 출처를 찾았다.

찾으나 마나 유난히 짙게 빛나는 코발트 색 새 한마리가 밭둑의 돌 위에 앉아 있었다.

섬에서는 흔히 보는 탈진한 새.

새의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잘 기억했을 것이다.

조용히 두 손을 가져 갔지만 미동도 하지 못할 만큼 새는 지쳐 있었다.

부드럽지만 안전하게 쥐기 위해서는 넓은 힘이 필요함을 아는가?

새를 손안에 넣고 철새연구쎈터로 가는 동안 그의 이마와 그 푸른 등깃을 쓸어 보았다.

거기 닿았던 손가락을 확인도 했을 것이다.

푸른 잉크 자국이라도 났을지.

새를 건네받은 젊은 이의 눈빛은 새의 눈처럼 맑았을 것이다.

설탕물을 먹고 휴식을 취한 큰유리새는 이제 뭍에서 짝이나 찾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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