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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ry or episode

Memory 철원

by plover 2008. 12. 22.

 

 

작년 이맘 때 철원을 처음으로 갔다.

낯선 곳에서야 언제든 그 분위기에 걸맞는 신비감과 감흥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때때로 어떤 곳에서는 그곳이 마치 나를 오랫 동안 기다리고 있었기나 한 것 같은

부드럽고 포근한 낯설음을 만나게 되지 않던가?  철원이 그랬다.

재두루미와 두루미 그리고 수많은 기러기들이 지붕과 나무 위를 스칠 듯 낮게 날아 다니고

눈이 닿는 곳이면 어김없이 재두루미들이 긴 목을 뽑아 올리고 두리번거리거나

우아하게 구부린 채 먹이를 먹는 모습이 보이는 그곳에서 나는내가 가진 짐이 무엇이었든 다 내려놓고 한 나절을 보냈다.

그 포근한 신비감과 부드러운 낯설음의 대부분은 그 때 함께 한 사람들로 부터 왔을 것이다.

어떤 사진 클럽에다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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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땅

낮은 하늘

나직히 나는 새들

조용히 걷는 사람들

깊고 좁은 골짜기

그 안에서 울려퍼지는 수천 마리 기러기의 아우성은 몰라도

방앗간 지붕위를 스칠 듯 날아 사람 구경하며 나누는 두루미 가족의이야기 소리

외국어 보다는 훨씬 쉬운 언어

그들은 시베리아에선 노어로

철원에서는 한국어로 말하는 것인 게지

아니면 어찌 내가 알아 들을까

 

 


 

 

이들은 언제나 가족 단위로 행동한다.

아비가 앞서 날면 두 마리의 새끼가 뒤를 따르고 어미는 뒤에서 앞서가는 새끼들을 보살핀다.

먹이 활동을 할때도 예외가 없다.

대개 부모가 경계를 하는 동안 새끼들은 열심히 먹이를 먹고 안전이 확실시 될 때 부모들도 먹는다.

 

 



 

 

여러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그들만의 방식으로 예의를 갖추고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두루미 가족



 

 



이토록 우아하기가 어디 쉬우랴

 

 



 

 



 

 



다른 새와도 잘 어울리며 좀처럼 다투는 일이란 없다

 



 

아지랑이와 역광의 흐릿함도 이들의 우미를 해하지 못한다

 



 

 



 

시월에 온 두루미류들은 이듬 해 삼월 전에 다시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그들이 떠난 뒤부터 두루미들이 돌아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어떤 이가 말했다.

"그들이 올 때가 다가오면 그리움에 눈물이 난다."

두루미는 누구에게나 그런 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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