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보도블록 위
정원사들이 가지를 치고 고르느라 흩뿌려 놓은 솔방울들이 구르고 있다.
그 모양이 야무지고 연갈색 속내는 윤기가 난다.
촉촉하고 아주 온전한 단풍닢이라서 어쩔 수 없이 줍곤 했던 것 처럼 하나를 주워 든다.
손에 쥐고 눈으로 향하는 순간 환해진다.
'하...잘도 피었네
너를 꽃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가 뭐람?'
빙글 돌려서 본다.
놀란다.
수 많은 눈꺼풀과 눈.
말이 들린다.
'다 피우고 연 줄 알아?
청설모가
되새가
딱새가
가장 작은 상모솔새가
차례로 저들의 체적에 맞는 틈을 찾아 나를 먹지만
그들의 입과 부리가 큰 만큼에 반비례하여 시간은 짧지
나를 봐
시간이 필요해
아주 긴 시간
수컷의 젖꼭지 같은
깡마른 심지에 가장 가까운 눈꺼풀들은 말할 수 없는 긴 시간을 예비하는 것들이지'
'그 수심 얕은 알량한 시간들이란 뭐람?'
고칩니다. 북방검은머리쑥새로 인천 송도
때까치-시화호
알아 간다는 것
알았다는 것
통한다는 것은
한 겹씩 옷을 벗는 것
마침내 다 벗고
마주 훤히 보는 것인 줄
무수히 벗고 또 벗은 버드나무에게서 배웠더라.
시화호의 Signifiant 님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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