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가한 날 찾아 간 낙동강 하구. 지들끼리 잘 지내고 있다, 외려 소외감이 들 만큼.
사람이 가까이 보이자 곁눈질하며 후루룩 날아오른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에 이내 내려 앉는 걸 보면 해를 끼칠 동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저들보다 훨씬 큰 동물에 대해 그저 예의 좀 차리는 행동인 듯하다.
배와 세 사람을 멀뚱히 쳐다보는 큰 김을 붙인 민물도요 한 마리, 지금 그에게 사람과 배는 구경꺼리에 지나지 않는다.
정면을 지나 갈 때는 그래도 걸음이 조금 더 빨라진다. 역시 예의다.
저 김을 어디 쓸까? 저희 끼리 하는 놀이가 있다고 하던데, 혹시 김의 크기로 신분을 나눈다면 이 녀석은 제법 귀족에 속할 것 같다.
눈치와 예의없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럴 것이면 애당초 고기 잡아 갖다 받치지나 말던지.
이런 저런 장미빛 몽롱한 약속들일랑 하지나 말던지. 누가 그 잘난 밴댕이 새끼를 잡아달라고 했나?
이쯤 되면 테러에 다름 아니다. 촉촉하게 반짝이는 쇠제비갈매기 암컷의 눈빛이 아름답다 못해 눈물겹다.
어절꺼나 , 요 맹추를 어찌할꺼나 !
예의 상 날개를 보여주는 새들,
멀뚱히 사람 구경하는 새들
깃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고 종이 달라도 섞일 줄 알고, 지킬 것은 지키는 조금은 무심한 듯한 새들.
그들을 보고 있자니, 저 새들이야 말로 지금 신기하고 우스꽝스러운 구경꺼리를 대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
'scenery or episo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로 (19) | 2008.08.17 |
---|---|
파랑새를 보는 아이 (21) | 2008.07.21 |
유채밭의 검은딱새 Common Stonechat,13cm (11) | 2008.04.27 |
해은사 다람쥐 (0) | 2008.04.08 |
매화와 동박새6 (17) | 2008.03.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