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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Nepal

Red Junglefowl

by plover 2013. 3. 31.

 

집 근처에서 만나면 그냥 가금으로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어두운 숲속에도 있고 밝은 개활지에도 곧잘 돌아 다닌다. 언제나 수컷만 보이는데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마침내 암컷들이 졸졸 따라 나온다. 치트완의 숲속은 닭장 속에서 들려오는 것보다 음량은 적지만 톤은 더 높은 닭울음으로 가득했다. 자료에 의하면 5000년 쯤 전에 동양에서 먼저 가금화를 시키고 그것이 서양으로 온세계로 퍼져나가 지금의 닭들에 이른 것이라 한다. 인간을 위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온전히 봉사만을 일삼는,  새라고 불리어지지도 못하는 새의 참모습을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는 거대하거나 신비롭거나 아름다운 동물들을 애석해하고 그리워 한다. 혹자는 그걸 복원하기 위해 과학자의 자존심을 걸고 일생을 바쳐 연구하기도 한다. 그런 일들에 나는 늘 짜증을 내며 말한다. 공룡보다 고래가 더 큰 동물인줄 몰라? 매머드 보다 코끼리가 더 영리하고 온순하고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크기에 있어서도 밀리지 않거든?  사라진 도도새를 위해 흘릴 눈물로 지금 지상에 남아 있는 날지 못하는, 날지 않는 새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다. 우리는 그 처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순수성 때문이다. 처음, 시작, 아침에는 그것의 원형질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그것을 사랑하여 갈망하는 것이다. '너무 일그러져서 몹시도 슬픈 문명의 첫 새벽닭' 이 나를 비웃고 지나간다. 마음 속엔 새처럼 붉고 화려한 즐거움,  머리속에는 뒤죽박죽 엉클어진 실뭉치.

 

 

 

 

 

 

 

        2013,03,20  Chitwan, 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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