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irds of Peru

BOOTED RACKET-TAIL, 11.5-12cm

by plover 2014. 11. 3.

"kisu, come on come on !"

Cock of the Rock 롯지 정원에서 다른 새를 열중해서 촬영하고 있을 때 Virgilio(비르힐리오, 가이드)가 조용히 외쳤다.

수컷이 왔다는 것이었다. 딱 한 컷만 더 찍고 간다며 뜸을 들이다가 영영 그 멋들어진 수컷의 라켓테일은 보지 못하고 말았다.

여행지에선 가이드가 왕이다. 다른 여지가 없다. 가이드의 말만 잘 들었어도 chiggers라는 이상한 벌레한테 온몸을 유린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 치거스라는 벌레의 이름을 들었어야 말이지.'  "풀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뱀과 또 뭔가가 있어요." 뱀은 들렸지만 다른 뭔가는 들리지 않았다.

그 흔한(아마조니아에 도착해서 보니) Guan 에 홀려 풀밭에 들어가고 말았고 그는 엄청나게 삐쳤고 다음날 부터 나는 온몸에 붉은 반점 훈장을 달고 격심한 가려움과 함께 지내야 했다. 아직도 가렵다.  그의 치거스는 꽤나 공포스러웠다. 처음에는 너무 부어서 말을 안하더니 나중에야 가이드의 의무감으로 알려주었다. "Chiggers는 동물을 기르는 풀밭에 사는 아주 작은 벌레인데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가면 몸에 달라붙고 빠르게 기어오르고 피부를 뚫고 들어가서 피를 먹는다. 그런데 수명이 3일이라서 혹은 환경이 갑자기 바뀐다든지 하면 쉽게 죽으므로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가서도 여전히 가렵다면 병원에 가봐라. 더 이상은 해줄 말이 없다." 정도였다. 내가 물었다. "몸속에서 죽으면 뭔가를 남기지 않는가, 예를 들면 알 같은거?"   "Maybe." 이 짧은 애매한 말은 숙제와 걱정거리가 되어버렸다. 인터넷도 전화도 안되는 세상에 와 있었고, 동이 트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서둘러 저녁을 먹고 사진을 좀 보다가 아홉시도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게 된다. 그러한 일상이 무척 자연스러운 곳이었다. 물론 밤이 길어 한 두번은 깨게 되고 밖에 나갈 일이 생기는데 이건 큰 보너스다. 하늘의 별, 정말 엄청나다. 그 맑은 초롱 초롱함과 무수함이라니! 예닐곱살 때 평상에 누워 어른들 이야기 들으며 비몽사몽간에 보던 여름 밤하늘의 은하수와 무수한 별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었다. 정원에서는 반딧불이들이 깜박거리며 날아다녔다. 가끔 한 두 마리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 제법 많다. 편평하고 넓은 정원이다. 반딧불이는 칠흑 어둠을 캔버스 삼아 노란 빛의 궤적을 만들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아마존 상류의 밤은 무더운 낮과는 사뭇 다르게 초가을처럼 쾌적하고 서늘하다.  잠시 소파에 앉아 보지만 혼자라는 느낌이 울컥 엄습해오곤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왠일인지 혼자인 것에 어색함과 미안함을 곧잘 느끼곤 했다 그렇게 조금씩 철이 드는 모양이었다. 아마조니아 롯지의 그 훌륭한 야생의 밤도 결국 혼자임을 더 이상 못견디고 다시 잠자리로 기어들어가곤 했다.  Chiggers는?

 

         female

 

         2014, 10

        Cock of the Rock, Manu, Peru

'Birds of Peru' 카테고리의 다른 글

FORK-TAILED WOODNYMPH, 9.5-10.5cm  (0) 2014.11.03
BLACK-THROATED BRILLIANT, 12.5-13cm  (0) 2014.11.03
SPECKLED HUMMINGBIRD, 9-9.5cm  (0) 2014.11.02
BLUE-FRONTED LANCEBILL, 11.5-12cm  (0) 2014.11.02
WHITE-NECKED JACOBIN, 10.5-11.5cm  (0) 2014.11.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