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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Snowy-browed Flycatcher, 11-13cm

by plover 2022. 9. 23.

 

 

snowy-browed flycatcher 어린 새를 본 적이 없어서 shortwing 종인가 하여 무수히 사진을 찍었다. 미안타.

산을 오르내리는 것에 대하여


산으로 오른다. 시작부터 가파른 길, 데드포인트는 금세 찾아온다. 운동으로 하는 등산이라서 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다.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것도 계획의 일부이다. 일상이 되어서 그런지 데드포인트 느낌은 이내 사라진다. 땀이 나기 시작하면 산 아래에서는 없었던 쾌감이 조금씩 일어난다. 가쁜 호흡은 그것을 부추킨다. 어느 곳에 이르면 하늘이 훤히 넓어지면서 건너편 산과 골짜기 아래로 도시가 펼쳐져 보인다. 보상이다. 역시 멈추거나 쉬지 않는다. 다른 등산이었다면 틀림없이 서서 전망을 즐겼을 것이다. 대 여섯 종의 새소리를 듣고 두세 종은 눈으로도 본다. 멈추는 때가 있다면 혀와 이빨로 작은 소음을 만들어 새를 불러보는 때다. 오목눈이가 가장 가깝게 다가온다.  산길에서 자세를 반듯하게 하고 성큼 성큼 걷고 있는 자신이 보인다. 어깨를 툭툭 쳐주고 싶다. 계속되는 경사, 땀이 흐르고 힘이 든다고 느낀다. 정상이 멀지 않은 것이다. 보폭과 속도를 그대로 지키며 계속 간다. 꼭대기에 도착한다. 운동기구들 앞에 선다. 숨을 크게 몰아 쉬거나 주저 앉아 땀을 닦거나 하지 않는 것도 예정된 일이다. 멈추지 않고 약간의 근력운동을 하고 물을 마시고 다시 성큼 성큼 걷는다. 정상의 평평한 곳에 이르니 마음이 한 바퀴 빙글 도는 것 같다. 내려가는 길이 보이는 지점에서다. 이제 내려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쓸모 없이 낡아버린 감정 같은 지루함이 찾아온다. 마음은 뒤쪽을 향하고 있다. 계속 오르든지 머무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내려간다. 숲 사이로 다른 전망이 나타난다. 몸이 아래로 쏠리며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곁눈질하는 사이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요철이 심한 급경사 내리막에서 성큼 성큼 걷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다리의 근육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후들거리고 자세는 경사와 굴곡에 맞춰 뒤틀린다. 속도를 늦추는 데도 힘이 필요해진다.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가까운 곳에서 청딱따구리가 클라리넷 음색으로 울며 나무를 타고 오른다. 그 또한 곁으로 보고 듣는다. 내려가는 길에서는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 분명하다. 어느 모퉁이를 돌아 나오니 점점이 무덤이다. 그 앞으로 논둑길 같이 굴곡 없는 길이 뻗어있다.  반듯한 길, 몸 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들이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길은 낙엽이라도 깔려있는 듯 부드럽고 포근하다. 이 길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직 절반도 내려가지 못했다. 어느 지점에서 길은 다시 툭 떨어져 내리고 몸이 휘청댄다. 초라한 동작을 취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다리가 떨리고 자세는 앞뒤로 휘어진다. 길 옆에 그루터기가 보인다. 잠시 앉아서 쉬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시작점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 계획이기 때문에 지나쳐 간다. 놀랍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지나온 어느 구간의 밥벌이의 궤적과 정확히 겹쳐진다. 오르막에서의 고역은 고통이 아니었으며 내리막에서는 멈추고 싶은 지점들이 숫하게 나타났다. 내려가는 길에 방향을 잃고 사라진 사람들의 수와 정상에 다다르지 못하고 스러진 사람의 숫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산에서도 그러하고 산 아래의 살이에서도 그렇다. 그들을 새의 깃털처럼 그려 보이지는 않으련다. 지금은 어떤 길의 시간일까? 구겨진 옷을 입고 더 이상 남의 색으로 머리칼을 물들이지 않으며 수염에도 시간을 내어 준다. 그렇다. 모두에게 시간이 필요했다. 평생 써먹고도 쉼표를 쓸 일이 생기면 호사스럽다며 못본 체했고 몰아붙이기만 했다. 이제야 조금씩 진행되는 정리정돈. 눈치 주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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