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MBEOUS KITE, 34.5-37cm

 

모니터를 통해 이 새를 봤을 때 뜨악하는 놀라움이 있었다. 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토록 사악한 분위기를 가지다니!' 하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 만약 키가 2미터 쯤 되는 이렇게 생긴 동물이 서울이나 부산의 어느 도심을 성큼 성큼 걸어 다닌다고 치면 사람들이 무어라고 할까? 놀라움 두려움은 차치하고 악마가 혹은 사탄이 지상에 나타났다고 하지는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런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다. 그런데 생각의 방향을 아주 조금만 바꾸어서 이 새에게 온통 새하얀 깃털을 입혀 보면 어떨까, 사악해 보이는 눈매와 입매는 오히려 단단한 카리스마를 풍긴다고 하고, 훤출하고 미끈한 몸매는 예술적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워서 마치 잘 빚은 조각품 같다 하고, '정의와 힘의 강렬한 만남'이라며 떠들만 하지 않겠는가.  숲이 끝나는 곳에서 종종 눈에 띄었다. 참  하릴없게도 저런 새에게 쫓기는 작은 새나 동물은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하는 생각은 번번이 일었다. 변함없이 무섭고 잔인한 것이 자연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진정한 내면의 강철같은 냉엄함은 제쳐두고 그 밖의 평화에 이끌리고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사는지, 그런 도취적 취약함이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하는 것은 좀 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라는 것이다. 평화니 아름다움이니 하는 것들은 사전의 뜻과는 달리 제각각 다르므로. 모기에 물렸을 때 내가 느끼는 가려움과 꼭 같은 가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또 없는 것과 같이.   우리는 혹은 나는 아직도 거의 치유 불가능한 도취성 나약함에 끌려 다니고 있다. 알고도 모른 체 한다. 모르고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숲의 그늘에서 야수의 눈치를 살피는 작은 새처럼 말이다. 

 

 

 

 

 

 

 

 

 

2014,10

Amazonia, Manu, Pe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