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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West Papua/Papua 2016 June

King Bird of Paradise, male 16cm, female 19cm (endemic)

by plover 2016. 6. 26.

Jalan Korea 가 궁금했었다. 모든 트립리포트에서 항상 중요하게 언급되는 명칭이었기 때문이다. 님보크랑의 그들 또한 곧잘 잘란 코리아를 들먹였다. 몇 차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Jalan이 길(도로)을 의미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면 한국길이 되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를 물었다. 알렉스는 대답하기 전에 웃기 부터 했다. 다른 곳에서 온 버더와쳐들도 곧잘 '거기 한국인들이 사느냐' 고 묻는다는 것이었다. 십수년 전에 한국인들이 만든 길이라고 했다. 나는 부끄러워졌다. 다름아닌 벌목을 위한 길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보르네오 및 일부 동남아 지역에 거점을 두고 나무장사 가구장사를 한 기업들이 더러 있었지만 꽤 오래 전 이야기들일 뿐 아니라 어느 나라라 할 것도 없이 마구잡이로 정글을 벌목하고 그 자리에 경제작물을 심어 국가와 지역민들의 이익을 도모하던 참으로 어리석은 시대였던 것이다. 그런데 불과 십 수년 전에 온 세상이 보호와 보존을 외치는 파푸아의 정글을 한국의 어떤 기업이 벌목을 일삼았다는 것은 마치 나의 과오처럼 여겨졌다. 물론 도벌은 아니었다. 인니 정부와의 거래가 있었고 땅의 주인은 잘 닦인 신작로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는 식으로 알렉스는 마무리를 지었다.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인니 정부로 부터 파푸아의 독립을 요구하는 원주민 반군에 대해서도 그는 완전히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문명과 개화를 가져온 인니 정부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거기에다 내가 더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었다. 알렉스는 발리 그리고 독일등지의 호텔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다가 오십줄에 들며 마침내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고 지금 대단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했다. 언제나 낙천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그와의 만남이 늘 기다려졌고 탐조가 즐거웠다. Jalan Korea 는 Nimbokrang 탐조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잘난 한국인들이 만든 잘란 코리아는 저지대의 넓은 정글을 관통하는 길인데다 인가가 드물어서 새가 많다. 자주 Peru의 Manu Road 가 오버랩되곤 했다.


두번 째 잘란 코리아 탐조에서 King BOP를 만났다.  내가 와이어가 없는 Twelve Wired에 아쉬워하자 Jamil은 알렉스에게 당부를 했던 것이다. 잘란 코리아의 트웰브 와이어드 디스플레이 장소에 들러서 와이어를 확인해오라고. 그리고 우리는 여행의 넷째 날에 다시 한 번 잘란 코리아 탐조를 시작했다. 먼저 트웰브 와이어드 장소에 들렀다. 안개가 오락 가락하는 시야가 좋지 않은 아침이었다. 거기다 새는 대단히 높은 곳에서 디스플레이를 했다. 와이어를 가진 트웰브 와이어드였지만 사진을 위해서는 빛도 거리도 열악한 환경이었다. 물러나오며 내가 물었다. 여긴 King BOP이 없느냐고.  그는 곧 바로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가까운 데서 킹밥이 울고 있었던 것.  감동의 전율 같은 것이 찌르르 전해 왔다. '이렇게 가깝게 그리고 쉽게 BOP들을 만날 수 있다니!'  처음에 새는 극도로 노출을 꺼리는 듯했다. 알렉스가 새를 가리켰을 때 겹겹의 나뭇잎 사이로 처음으로 새를 보며 그가 아주 타이니하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도감에서 크기를 확인해보지 않았던 것은 잘한 일이었다. 킹밥은 뜻밖으로 작았다 그런데 어떤 BOP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또한 놀라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지나치게 철저한 준비는 여행에서 당연히 누려야하는 뜻밖의 즐거움들을 앗아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님보크랑 정글의 땅은 언제나 젖어있다. 깊이 빠지는 진흙은 아니지만 늘 질척거린다. 현지 가이드는 항상 고무장화를 신었다. 나는 가뜩이나 습하고 무더운데 장화까지 신는 것이 엄두가 나지않아 한동안 등산화로 버텼지만 Km 8으로 가기 전 Jamil은 장화를 권했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그가 사주는 무릎 밑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신어봤는데 이 또한 뜻밖으로 착용감이 좋고 편했다. 님보크랑에서는 고무장화가 등산화 보다 나았다.    

킹밥이 4,5미터 전방에 완전한 개방자세로 그것도 거의 키높이로 앉은 적이 있었다. 새가 호기심으로 우리를 관찰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낯선 정글에서 가뜩이나 어두운 내 눈에도 그 모습이 딱 들어왔다. 바닥이 너무 젖어 있어 앉을 엄두를 못내고 엉거주춤 선 자세로 사진을 찍고있는 참이었는데 그 불편한 자세로 셔터를 누르고 말았다. ISO 4000도 부족한 어두운 곳에서!! 사진은 마치 마블링을 한듯 맴돌이 선과 색만 보이는 추상화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깝기 짝이 없다.  알렉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런 모습이나마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사진은 모두 D500과 니콘 80-400 afs N렌즈를 사용했다. 새로운 카메라에 있어서는 충분히 익히지 못하고 사용하며 오작동의 실수가 있곤 하였지만 점수를 준다면 최소 70점, 후하게는 90점도 가능하겠다. af 실력은 탁월했고 가벼운 데다 연사기능도 출중하다.  아래의 사진들은 iso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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