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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West Papua/Papua 2016 June

Lesser Bird of Paradise, 32cm (endemic)

by plover 2016. 6. 30.

 

 

가장 쉬우리라 생각했던 Lesser BOP, 그러나 호락 호락한 새가 아니었다. Alex 집안의 소유지라는 Isyo Hill은 무엇보다 가까워서 좋았는데 도보 접근이 가능한 곳은 아니지만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리는 Jalan Korea, Km8에 비하면 출발로 부터 30분 이내에 정글에 진입할 수 있었다. 가깝지만 BOP가 무려 4종이나 살고 있다. 나는 거기를 세 번 들렀다. 알렉스 집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그가 권하는 벤치에 앉아 곧 있을 정글전을 위한 무장점검을 하곤 했다. 한국산은 거의 효력이 없었다. 만약을 대비하여 세 종류의 기피제를 가지고 갔는데 자연드림에서 시험삼아 샀던 오가닉 기피제가 그중 나았지만 지속시간이 짧고 엷게 도포된 곳은 여지없이 모기의 창끝이 뚫고 들어왔다. 파푸아로 떠나기에 앞서 그곳의 모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도 했다.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혹시 무성한 소문과는 달리 술라웨시에서 그랬던것 처럼 소강기에 접어들어 무사히 여행을 마치게 되는 행운이라도 따라주지는 않을까하는 상상도 하곤했다. 파푸아의 모기는 전염병 전파능력에 있어서 세계최강의 수준이다.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는 지카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뎅기열과 말라리아에 관련하여서는 의심의 여지없는 생생한 전파력을 과시한다. 나는 도착하자 마자 Jamil에게 모기와 말라리아의 현황을 물었는데 그는 설명 대신에 일주일 전에 자신이 말라리아로 고생을 했으며 이 지방(범위는 모르겠다)만해도 하루에 평균 세 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다고 덧붙였다. 알렉스가 집단속을 하는 사이 나는 노출된 피부는 물론 앉았을 때 피부에 밀착되는 옷 부위 그리고 장갑의 윗면까지 꼼꼼하게 모기기피액을 바르고 혹시 침입할 수도 있는 진드기와 거머리를 막기 위해 바지단을 양말속으로(나중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줄도 모르고) 단단하게 말아넣었다. 드디어 파푸아의 극락조를 만나러 정글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정글 길에 들자 마자 그는 Lesser BOP들이 디스플레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종이 다르면 소리도 물론 다르지만 극락조들은 그들 고유의 톤을 조금씩 공유하고 있음을 할마헤라의 Wallace's Standardwing과 Xeno Canto를 통한 예습에서 감지하고 있었다. 알렉스가 어떤 새소리를 듣고 그렇게 말하는지 쉬 감이왔다. 나는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극락조들이 산다는 것인가? 이곳은 과연 파푸아가 맞구나!' 정글에 진입한 시간은 오후 3시 쯤이었다. 뜨거운 태양과 더위를 피해 쉬고 있던 새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숲은 어떠한 우울함과 피로함일 지라도 단번에 날려버릴 만한 청명하고 힘찬 그리고 음악적인 새소리로 가득했다. 우리는 곧 Lesser BOP들의 lek에 도착했다. 서두르던 발걸음을 고양이 걸음으로 바꾸고 가쁜 호흡을 가다듬었다. 위를 보고 있던 알렉스가 속삭였다. "Pale-billed Sicklebill." 나는 다시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 식클빌을 이렇게 쉽게 만나다니!' 수직 위치였다. 암수가 섞여 이리 저리 움직이며 디스플레이와 짝짓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거리는 가까우나 시야는 나빴다. 겨우 몇 컷을 갈기듯 찍었는데 알렉스가 자기 있는 곳으로 빨리 오라고 낮은 톤으로 성화다. Lesser BOP이었다. 예의 수컷들의 그 화려한 옐로우와 적갈색 깃털이  무성한 잎과 가지 틈으로 번쩍 번쩍 빛나고 있었다. 후루루 날아서 이동을 하는 새도 보였다. 좋은 시야를 얻기 위해 이리 저리 욺직이는 사이에 저자같았던 숲이 문득 고요해져 었었다. 알렉스는 Lesser 들의 display가 끝났다고 말하며 사진을 찍었느냐고 물었다. 간신히 새를 식별할 수있는 정도의 몇컷을 같이 확인했다. 그는 페일빌드 식클빌을 본 것 자체가 행운이라며 위로를 보냈다.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님보크랑에서 Lesser BOP은 어렵지 않지만 식클빌은 보지 못하고 떠나는 버더들이 더 많다고 했다.  그길로 멀지 않은 Isyo Hill의 hill로 올랐다. 시야가 툭 트였을 뿐 아니라 분지를 에워싼 둥그런 캐노피가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멋진 곳이라며 감탄하자 알렉스는 다른 버더와쳐들과도 곧잘 이곳에서 새를 관찰하곤 한다고 했다.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일어나는 곳이었다. 그 유혹은 자뭇 강렬해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앉았다. 건너편 공제선의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White Cockatoo( Sulphur-crested Cockatoo로 수정해야 한다. 파푸아에는 White Cockatoo가 없다.)가 두셋 앉아 있다. 정글을 가로질러 Yellow-faced Myna들이 꾸역 꾸역 바로 곁의 나무로 모여든다. 그들의 잠자리인 듯했다.  여러 종의 패럿과 피젼 그리고 블리스스 혼빌들이 쉼없이 눈앞을 오간다. pale-billed Sicklebill 암컷이 저 만치 떨어진 팜 넝쿨에 왔다가 간다.  관찰을 목적으로 하는 버더와쳐라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듯 하다.  정글 아랫쪽의 새소리가 마치 성능좋은 스피커를 통한 것처럼 들려오는 곳에 우리가 앉아있었다. 대체로 BOP들의 소리는 트럼펫과 트럼본의 중간 톤이 많은데 부드러운 듯 강한 그 소리는 굴곡이 많은 숲속에서도 잘 뻗어 나간다. 들을 때 마다 에너지가 솟는 것 같고 빙글 빙글 웃음이 난다.  Lesser, Twelve-wired 그리고 Pale-billed Sicklebill 의 소리가 해질녁 고즈넉함 속에서 끊임없이 울려왔는데 그중에서도 페일빌드 식클빌의 노래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기묘하다. 반복되는 멜로디로 노래를 하는데 반복할 때마다 멜로디의 첫음을 앞의 음절의 첫음보다 낮추어서 노래를 한다. 작곡가가 의도를 가지고 곡을 만들지 않고는 있을 법하지 않은 멜로디이다. 나는 페일빌드 식클빌의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생각했다. '저 우습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여행의 막바지에나 이런 생각이 났다. '어릿광대가 부르는 구슬픈 노래.'        

 

   

 

 

 

 

 

 

 

 

이들을 마음껏 예쁘게 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떠나기에 앞서 딱 두 시간을 쓸 수있다고 자밀이 말했다. 이른 아침에 Isyo Hill로 가서 내가 아쉬워하는 Lesser BOP은 보고 올 수 있다는 다른 표현이었다.  나는 무더위 속의 서두름과 혼잡함을 생각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다시 올 이유를 하나 더 만든 것이다. 출발 시간에 맞춰 나타난 알렉스는 나를 보자 마자 놀려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Lesser들은 전에 없이 멋진 디스플레이와 안정된 뷰를 보여주더라는 것. 그 모습들이 너무 너무 환상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모두 환하게 웃었고 그가 거짓 농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Thank you , Alex.  See you next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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