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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s of West Papua/Papua 2016 June

Magnificent Riflebird, 34cm

by plover 2016. 7. 4.



Nimbokrang에서 볼 수 있는 BOP은 Crow의 사촌 격인 두세 종의 Manucode를 제외하면 여섯 종이다(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다). Lesser BOP, Twelve-wired BOP, King BOP, Pale-billed Sicklebill, Magnificent BOP 그리고 Magnificent Riflebird가 그들이다. 나는 당연히 모두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느 BOP과는 달리 Magnificent Riflebird에 대해서는 자밀도 알렉스도 언급이 없었다. 나중에야 이해하게 되는데 디스플레이 장소를 찾아서 새를 볼 수 있는 하이드를 만들었거나 hide가 없더라도 활동적인 디스플레이 장소를 확보하고 있으면 새를 볼 가능성은 거의 보장이 된다. 반면에 서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확보한 장소가 없으면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탓에 M Riflebird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렇다할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셋째 날 이른 아침, (3시 30분 기상, 4시 30분 출발) 윌리엄과 함께 Km8으로 갔다. 타겟은 Magnificent BOP , Victoria-crowned Pigeon, Red-legged Brushturkey 그리고 운이 아주 좋다면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Northern Cassowary 정도였다.  Isyo hill과 Jalan Korea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Magnificent BOP 이 거기 있다는 말을 어제 들었기 때문에 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이동수단은 오토바이였다. 게스트가 혼자인 탓에 자동차 보다는 거의 오토바이를 이용했다. 파푸아는 특별히 자동차 관련 비용이 높은 곳이어서 닷새 탐조에서 그것도 오전 오후로 나누면 십여 회가 되는데 두 번 차를 이용했다. 나로서는 나쁠 것도 없었다. 이미 친구처럼 편안해진 알렉스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서 님보크랑의 주택가며 경작지 그리고 한 두 시간 거리의 정글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것이 어쩐지 조금 얄싹해 보이는 일본제 밴으로 이동하는 것 보다 좋았다. 오늘은 왜 알렉스가 아닌 윌리엄과 함께 가는지 묻지는 않았다. 그도 알렉스처럼 자밀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을 쌓고있는 가이드인 데다 Km8에 파견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 지역은 윌리엄이 태어난 곳이라서 앞마당처럼 산을 잘 안다든지 하는.  아직 초롱 초롱 빛을 내는 별을 보며 출발하여 안개낀 산길을 꺽꺽대며 오르다가 끝없이 이어질 것같은 오르막의 어느 지점에서 오토바이는 정지했다. 이제야 동쪽 하늘이 엷은 황토빛을 내며 여명이 오고 있었다. 윌리엄은 말이 없었다. 원래 과묵한 것인지 심하게 짧은 영어 때문인지 아무튼 조금 답답했다. 그는 커다란 손전등을 켜고 말없이 앞장을 섰다. 나는 조그만 손전등을 들고 또한 말없이 뒤를 따랐다. 그런 중에도 이전과 비교하여 확연히 높아진 고도는 기대를 일으켰다. '이렇게 높은 곳이니 Magnificent BOP 이 있고 그 유명한 Victoria Crowned Pigeon이 사는 거로군'  


숲에 접어들자 누군가 morning call을 시작했다. 아마도 Blue-grey Robin 이었을 것이다. 아르팍 산에서도 언제나 블루그레이 로빈이 먼저 새들을 깨웠다. 윌리엄은 성큼 성큼 산길을 잘도 걸었다. 나는 한쪽 어깨에 카메라를 다른 손에는 랜턴을 들고 그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쉬지 않고 한 시간 쯤 걸었을 때 내가 물었다. 할 수 있는 한 간단하고 분명하게, "how far?"  그는 못알아 들었다. how 를 떼고 다시 물었다. 감을 잡는 것 같았다. 그는 그러나 대답 대신에 에...와 어...를 섞어가며 손짓으로 지형과 거리를 표현했다. 에를 길게 빼면서 손을 비스듬히 위로 올리며 오르막, 어...와 함께 손을 내리며 내리막 그리고 여운을 남기는 어...로 둥글게 도는 길 등을 표현했다.  굳이 세 가지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 한 시간 쯤은 더 가야하는구나 하고 애매한 이해를 하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나는 속이 좀 부글거렸다. 선량하고 순진한 윌리엄에게라기 보다는 시스템을 향해서였다. 목적지까지 두 시간 가까운 등산을 해야 한다면 사전에 몸과 마음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설명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옆집 나들이 가는 것처럼 예사로이 길을 나섰는데 황금의 아침시간은 격렬한 등반의 연속일 뿐이라니, 그러고도 어두운 정글속에서도 오리무중이라니. 몹쓸 영어 그 소통의 불통이 야기한 불합리한 시스템인게야. 그러나 뭐 나는 진정 원초적인 땅,  지나치게 베이직한 시스템 그 자체를 찾아서 열 대여섯 시간을 날아서 달려서 이곳에 오지 않았는가? 즐길 수 밖에, 무더위도 쉴사이 없이 흘러내리는 땀도 정지하면 여지없이 몰려오는 폭격기와의 전투도.' 나는 마침내 아무도 탓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기로 마음을 먹고 만다. 윌리엄이 첫 번째 모션으로 알려주었던 산의 정상 능선길에서 파헤쳐진 무덤처럼 보이는 Red-legged Brushturkey의 알무덤을 발견한다. 여기 저기 생흙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활동적인 둥지인 모양이었다. 다음은 내리막 길이었다. 난데 없이 물소리가 숲속을 울리고 있었다. 폭포수 소리였다.  아름다운 정글이다. 잘 보존된 열대정글이 신비롭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이 숲 또한 고유한 식생과 복잡다단한 요철 지형에 수십미터 높이의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다. 그리고 바닥까지 간신히 닿곤하는 굴절된 빛들과 간단없이 숲속을 울리는 새소리는 숲의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있다. 앞이 훤히 트인 곳에서 윌리엄이 고요하게 멈추었다. 그리고 찬찬히 나무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줍은 듯한 발음으로 피션 이라고 말했다. '아하 빅토리아 크라운드 피젼을 찾는 게로군.' 곧 그는 "no bird" 라고 한마디 하고는 길을 이어갔다.  갑자기 어디선가 동물들이 거칠게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가까운 듯했다. 윌리엄은 소리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긴장이 되어 물었다. "pig?" 그렇다고 했다.  바로 그때 회색의 작은 산돼지 한 마리가 우리 쪽으로 돌진해 왔다. 나는 엉겹결에 윌리엄에게 바짝 붙어 섰다. 돼지는 전속력으로 달려 우리를 거의 스치듯 지나갔다.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산돼지에 놀라 당황하는 내 모습이 우스웠던 것이다. 나도 조금 멋쩍었다. 하지만 그는 마세티(정글도)라도 들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무방비였다. 파푸아의 야생 돼지의 습성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 파푸아, 아직 살아있네!'


알렉스였으면 더러 새를 보여주든지 소리의 주인이라도 알려주곤 했을 것이지만 윌리엄은 전혀 달랐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시간 반 가량 산길을 묵묵히 전진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좀머씨 이야기의 주인공 좀머씨를 떠올리게 된다. 하루 종일 혹은 밤늦도록 때로는 밤을 세워서 앞만 보고 걷고 또 걷기만 하는 사람.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소통이 힘들어 답답한 때가 적지도 않았지만 오늘은 가슴속에 큼직한 돌이 하나 든것 같다. 나는 상황을 온통 추측과 짐작으로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윌리엄이 거침없이 찾아가는 곳은 바로 Magnificent BOP의 디스플레이 장소일 것이다. 쉬지 않고 곧장 가야만 하는 이유는 역시 교회나 절의 종처럼 시간의 문제, 때가 되면 노래하고 춤추고 그 한 차례가 끝나면 다시 하루를 기다려야 하는 그들과의 약속 때문일 것이다. 그래, 좀머씨처럼 앞만 보고 가자. 그 아름다운 열락의 새를 만나러 가자. 다른 예쁜 것들 신기한 것들에 시간을 빼앗겨선 안되는 거야.' 윌리엄의 마지막 모션이 암시했던 둥글게 돌아가는 길은 과연 평탄하게 옆으로 뻗어 있었다. 시야도 좋았다. 마침내 윌리엄이 멈추었다. 알렉스가 말한 적 있는 커다란 쓰러진 나무 앞이었다. 나는 어제 알렉스에게 매그니피선트 밥도 트웰브 와이어드 처럼 하이드가 있는지를 물었던 것이다. 그는 하이드는 없지만 그 앞에 쓰러진 큰 나무가 있어서 그것을 하이드 삼아 새를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윌리엄은 손짓으로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소리를 죽이고 조심 조심 나무등걸을 넘어 갔다.  잠시 후 돌아온 그는 새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돌아갈지 새를 더 찾으러 갈지를 나에게 물어오는 듯했다. 참으로 답답했다. 그에게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추측컨대 자밀은 윌리엄에게 매그니피선트의 디스플레이 장소에 나를 데리고 가서 새를 보고 돌아오라고 지시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빅토리아 크라운드 피젼도 나타나곤 하므로 잘 찾아서 보여주라고 했을 것이었다. 이제 윌리엄은 자기 할 일은 끝났다는 듯 나에게 다음 순서를 물어온 것이다.  허탈함보다 더 힘든 것은 막막함이었다.  그 멀고도 깊은 정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매그니피선트 밥이 주변에서 울고 있었다.  행운을 바라며 소리를 울려보았다. 두번 세번 울려도 반응이 없었다. 사실 아까부터 가까운 곳에서 대단히 큰 소리로 유혹적인 노래를 부르는 새가 있었다. 매그니피선트에 집중하기 위해 무시했지만 그가 매그니피선트 라이플버드라는 것은 잘란 코리아에서 한 차례 조우하며 익히 알고 있있다.  새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울고 있었다. 알렉스가 라이플버드가 대단히 예민하고 영리한 새라서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강조를 했지만 지척에서 우는 우렁찬 소리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윌리엄에게 라이플버드를 찾자고 명령하듯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갔다. 도망갈 새라면 이미 날아가버릴 만한 거리 안에서 새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역시 그들은 눈이 밝았다. 겹겹의 나뭇잎 뒤에 앉은 검은 새를 윌리엄이 찾아낸 것이다. 거리는 십 미터 안팎, 나는 윌리엄에게 앉으라고 손짓을 하고 나도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앉은 걸음으로 기다시피 새가 좀 더 잘 보이는 곳 까지 이동했다. 마침내 카메라 앵글에 새가 들어왔다. 잎과 가지의 블로킹으로 포커싱이 힘들었다. 렌즈를 수동으로 전환했다. 거친 호흡, 떨리는 손 그리고 극도로 불안정한 자세에서 파란 불이 들어왔다 싶으면 셔터를 눌렀다. 새는 깃을 다듬고 있었다. 조금 더 움직여서 새의 온전한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 굴뚝같으나 이미 눈치채고 있을 그에게 그런 오만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역시 그는 알고 있었다. 몇 차례 더 셔터음을 들어주더니 훌쩍 날아서 사라졌다. 그렇게 어설프나 멋들어진 추억의 사진 몇 컷이 남았다. 라이플로 해서 기운을 차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렸다. '이 깊은 숲속에 누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참으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스였다. 나는 그를 얼싸 안고라도 싶었다. 그는 감동스럽게도 잘란코리아에서 트웰브 와이어드의 와이어를 확인하고는 곧장 Km8 로 달려와 우리와 합류한 것이었다.  그 반가움과 상쾌함이란! 님보크랑 여행에서는 알렉스의 좋은 인성과 유머에 빚진 바가 많았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가이드일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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