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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포카라 가는 길

by plover 2012. 1. 29.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흔히 히말라야 입산의 전초기지라 일컬어지는 Pokhara 까지는 200km 입니다.

그곳에서는 대단히 호화롭다고 할 만한 그린라인 로컬버스를 타고 산의 나라 산길을 달려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곱 시간 반에서 여덟 시간 입니다.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아니 할수 없겠지요.

그런데 과정도 결과도 전혀 예상 밖이었답니다.

무엇보다 조금의 지루함도 없으며, 곧잘 황금과 능력으로 환치되는 그 시간이라는 것이

이 모든 것 이전에 다만 빛이였음을 깨닫게 하는 무엇이 있었던 것이지요.

아침 일곱시 반에 출발한 버스가 오후 세네시에 목적지에 도착할 동안

버스는 공식 비공식을 합쳐 네 번 정차 했습니다. 출발한지 한 시간만에 생리를 해결하라고 한 번

(아래의 장난기 많은 아이들은 그 때 만남), 아홉 시쯤에는 좀 더 깊숙히 안정되게 정차했는데

말하자면 주막 앞이었습니다.  따뜻하고 맛갈스러운 음식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고,

네팔 100루피 (우리 돈 일천 오륙백원)으로 알량한 햄버그가 아닌 그들이 자랑하는 정식, 탈리를

정식으로 먹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비공식( 이방인의 생각일 뿐) 적으로 driver가 화장실을 가느라

아무 길 옆에나 잠시 정차했고 그는 또 아무 데서나 방*했습니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이러 저러한 궂은 표정을 짓지도 았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온 어리버리한 이방인 만이 속으로

코웃음을 쳐댔겠지요. 하지만 그도 이내 학습당하고 맙니다.  아, 놀라운 학습 분위기!

오후 한 시경이 되자 좀 더 분위기 좋고 예쁜 정원이 딸린 주 막 앞에 정차합니다.

점심들 드시라는 것이었지요. 어떠할 것 같습니까? 세 번의 정차는 적어도 저에게는 선물 같았습니다.

나머지 한 번은 노코멘트 합니다. 언제 우리가 네팔을 알았겠습니까.

그것이야 말로 산의 나라의 핵심 정서일까요? 또 한 번 맛있는 탈리를 먹고 시간이 남아 저 예쁜 정원으로

새를 찾아 떠납니다. 보고 싶었던 부겐빌레아가 희고 붉게 피어 있습니다.

큰 나무 어딘가에서 들리는 새소리의 행방을 좇느라 잠시라고 느꼈던 시간이 기실은 길게 지났던가

봅니다. 지금 쯤 가면 되겠거니 하며 버스에 이르니 모두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네요.  얼굴이 붉어집니다.

미안하다는 인사를 합니다. 모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바라보고 있습니다.

차 보다 사람 보다 길이 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모든 계곡과 강과 또 계곡을 어김없이 착실하게 밟으며 지나는 길입니다.

사람도 차도 길을 닮았습니다.

길은 무엇이었습니까. 정의 밝음 희망 꿈이 길의 속성이 아니었던가요, 과거엔 언제나 말이지요.

이방인은 생각합니다. 이들의 평균 수명 43세, 우리의 그것은 대략 79세.

누가 더 오래 사는 것인가? 말이 안되는 생각을 도착할 때까지 여행이 끝날때 까지 하고 있습니다.

결론 까지 내려 봅니다.

'느린 것에게는 그 무엇도 짧지 않다.  행복과 평화로움은 빠른 것에 매달릴 만한 손도 힘도 없다.

꽃을 보라지, 시간이 필요해.' 느림의 진정성, 제대로 파악할 것.

 




 

 





 

 





*강아지들인줄 알고 다시 보니 염소들

 





*어떤 트럭의 옆면, 회사명일까요 혹은 driver의 꿈이 담긴단어일까요? 이래도 저래도 예쁘기는 한가지.

 



 

*그린라인 버스와 첫번 째 주막, 평화로운 천국 레스토랑 이라니요.



 

 

*그 입구의 노상 과일가게와 주인 아저씨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족 여행 중인 아이


 



 

*엄마를 모셔 와서 같이 찍어달라고 합니다.


 

 


*맞은 편 가게



 



 

*두번 째 주막


 



*부겐빌레아

 



 

 

포카라 가는 길

(인생은 속도에 반비례)

 

그대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게지

크고 높은 산이 내민 숱한 발가락 손가락

자르지도 넘지도 않고 길은 천천히 달려간다

포카라로 

룸비니 소나울리 그리고 바라나시로

느리게 꾼 꿈 천천히 내려 놓기

버스가 염소 한 마리를 비켜 갈 때 

한 웅큼의 시간이 빛을 내며 길어지고

화장실에서 오지 않는 사람을 가만히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또 고요히 멈춘다

이방인의 눈을 보며 어제 꾼 꿈을 떠올리고

그의 미소를 보며 꿈이 아니었음을 알아챈다

포카라 가는 길

이백 킬로미터

일곱 시간 반

 

*차 안에서 흘려 적었던 초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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