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라 하고 새와 꽃이라고도 한다.
그들이 가진 화사함, 순결한 느낌, 아름다움이 서로를 부르는 것일 게다.
둘이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더러는 겉모습이 닮아 있기도 하고
돈독한 공생의 모습 때문에 생겨난 어울림 말이기도 할 것이다.
꽃 같은 나비가 많다. 나비 처럼 생긴 꽃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정작 새는 어떨까?
꽃과 새, 고래로 花鳥가 그림의 소재로 사랑을 받아온 데에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지만
꽃 같은 새, 새 같은 꽃이라고 하면 무엇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동박새와 동백꽃, 벌새와 열대의 화려한 꽃의 어울림이 먼저 생각난다.
극락조화(Crane Flower)라는 정말 새를 닮은 이국의 꽃이 있고
해오라비난초같은 백로를 연상시키는 우리 꽃도 있지만 관심있는 사람에게나 그럴 뿐인 경우이기도 하다.
사랑, 자유, 화사함, 따뜻함, 여림등을 나비의 이미지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새도 그러할 것 같은 생각이 얼핏 스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새들에게서 나비의 이미지를보려는 것은 다분히 억지춘향임을 어렵지 않게알아 챌수 있다.
나비와 새, 새와 나비, 날개가 있고 꽃과 잘 어울려서 둘이 닮았을 것 같은데 무엇이 다른 것일까?
새를 떠올릴 만한 꽃이 해오라비난초, 현호색, 극락조화처럼 단지 모습이 닮은 꽃 말고
새가 가진 다중의 올깊은 이미지를 떠올릴 만한 꽃은 없는 것일까?
딱히 그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중고등 학교시절 부터 난초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꽃과 식물이 좋아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달달 외워야 하는 가람의 시조도 있었고
거의 세뇌되다 시피 한 사군자에 대한 동경에도 연유했을 것이다.
심산유곡 아득히 먼 곳, 안개 서린 기암절벽에나 아슬하게 자랄 것이라고 생각해 온
그 난초가 내 집 앞 뒤의 야산 양지바른 곳이면 지천으로 살고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는
거의 산짐승처럼 산을 헤메고 다녔다. 난초, 정확하게는 춘란을 찾아서 였다.
난초는 풀이 스러지고 낙엽이 지는 늦은 가을부터 봄 사이에 찾기가 쉽다.
생김새는 여느 풀잎과 비슷해도 난잎은 겨울이 깊어갈 수록 그 푸르름이 더욱 짙어가는 까닭이다.
풀이 마르고 낙엽관목의 잎이 죄다 떨어진 숲속의 호젓하거나 은밀한 장소에서
부드러우나 강인한 잎을 늘어뜨린 진초록 난초 한 포기를 발견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수많은 난초를 대하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아마도 '많고도 많은 사람이 있으나 그 사람됨이 모두 다르 듯
식물들 중에도 고결함 만을 그 품성으로 하는 종이 있구나' 하는 그것이었다.
수묵화의 난꽃은 그림의 특성상 담백하고 청아한 분위기만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며실제로는 난초만한 형형색색 화려하고 다양한 꽃이 드물다.
양란(서양란)이 원시적인 거친 화려함에 더불어 난초 특유의 단정함이 있다고 한다면
춘란을 비롯한 동양란이 피우는 꽃에게는 청아함, 화사함, 단아함, 강인함의 이미지가 기본이다.
난초의 푸르고 유연하고 강인한 잎과
화사하고 아름다우나 품위를 잃지않는 꽃속에
아름다운 새들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가?
형님으로 부터의 기별로 오랜 만에 난전시회를 다녀 왔습니다.
10년 가까운 터울이 지는 엄한 형이시지만 사실은 청출어람의 관계랍니다.
제자는 난으로 이제 더 이룰 것이 잘 안보이고
어린 선생은 우굴쭈굴 찌그러진 채 난초 화분은 언감생심 10년 쯤 뒤로 돌려 놓았습니다.
* 50mm, F1.4 로 플래쉬 없이 손각대로 분위기만 찍어 왔습니다.
그러니 선예도나 심도 같은 건 기대하시지 말기입니다.
*시간의 압박으로 이야기를 꺼내다 끊어버려 무지 죄송합니다.(용두사미)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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