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으로 가는 길은 어디라 할 것 없이 풍광이 좋았다. 지리, 덕유, 마이산을 스쳐서 가는 길이라 그렇고 모래 좋은 남강과 깊숙이 계곡진 경호강을 따라가거나 여러 차례 건너 다니는 길이라서도 그랬다. 덕유산 자락을 벗어나 얕은 산과 논 밭이 이어지는 길 어디쯤에서 불현듯 마이산이 나타났다. 모르는 사이 등 뒤로 다가와서 이윽히 어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 같았다. 존재감 큰 산, 오랜 세월 정성 들여 빚은 듯 아름다운 산의 시선은 부드러웠다. 아담한 면 소재지였다. 여염집과 전혀 달라 보이지도 않는 길가의 집들은 가게나 식당이라며 자그마한 간판을 하나씩 달고 있었다. 웃음이 났다. 식육점을 겸하는 사냥꾼의 집, 그 안방의 세 모서리에 세워진 작은 횃대에는 세 마리의 매가 노란 동그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각처에서 매사냥을 구경 온 사람들이 조그만 동네 곳곳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팥죽과 푸짐한 김치찌개로 요기한 후 어딘가로 매사냥을 나섰다. 매를 든 사람은 야트막한 산의 꼭대기로 가고 몰이꾼들은 둥글게 펼쳐서 아래서부터 위로 꿩을 쫓으며 갔다. 사냥의 낌새, 매의 존재를 눈치챈 꿩이 수풀에 머리를 틀어박고 움직이지 않으면 꿩 사냥은 실패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꿩이 얼었다!"라고 한다 했다. 차마 그 모습들을 보고 싶지 않아 들을 건너 다른 산으로 새들을 찾으러 갔다. 열 살 꼬마였으면 참으로 흥분되는 날이었을 것이다. 그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잡혀있는 하루였다.
1,2년 후엔 사냥 매를 놓아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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