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 "토요일 오후부터 비, 장맛비같이 세찬 비에 돌풍 동반, 남부지방 100미리 이상."
비를 피해 아침 일찍 태종대로 달려갔다.
붉은가슴울새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아니더라도 때가 때이니 뜻밖의 만남들이 있을 수도 있겠고
늦게 핀 벚꽃에 노니는 동박새도 덤으로 볼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새는 보이지 않았다. 절과 절 사이의 계곡길을 따라 천천히 올랐지만 특별한 만남은 없었다.
운동장에 이르니 워킹을 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못보던 새가 저기 있다며 이끌어 주신다.
우리가 접근하자 훌쩍 몇 발짝 이동을 하는 새는 후투티였다. 이름을 알려드리고 "새가 예쁘지요?" 했더니 처음 보는 새가 있어서 신기했다고 거듭 감탄을 하신다.
나중에야 비교적 흔한 여름철새라는 것을 알게되지만 새를 보기 시작한 초기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런 새도 있었던가 하며 놀라워했던 새다.
그런데 집에와서 새삼스레 도감을 펼치며 놀란다. Family Upupidae, 세계 1종이다.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 전 세계의 후투티가 모두 같은 종이라니!
이 새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지만 위태로움과 외로움 같은 감정이 울컥 밀려옴도 어쩔 수가 없다.
* 2020년 "한국의 새" 개정 증보판에서는 Family Upupidae, 세계 4종, 한국 1종으로 정정하고 있다. 열정적인 birdwatcher였던 LG 구본무 회장의 선의로 휴대하기 좋은 크기에 내용도 훌륭한 필드가이드가 2000년 11월 1일에 초판 인쇄되었고 2022년 현재까지 두 번의 개정증보판이 만들어졌다. 2014년 6월 그리고 2020년 12월이 그것이다. 이 새를 봤을 때 내가 가진 "한국의 새"는 2006년 재판본이었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들을 듣고 2014년 개정증보판을 구해보지 않은 것은 반성해야 할 게으름이거나 태만함이었다. 아무튼 20여년 전의 조류도감이 한 버드와처에게 새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선물한 셈이다. 돌아와 다시 읽노라니 버더의 마음도 잘못된 정보도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경직되고 촌스러워서 오히려 예쁜 얼굴들을 보고 있는 듯 아련하기만 하다.
2016, 04,15, 태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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