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 붉은 꽃이 뒤덮인 언덕을 양산을 든 검은 옷의 여인과 아이가 천천히 내려온다.
붉디 붉은 꽃에 취해서인지 혹은 비탈진 언덕에서 몸의 균형을 잡는데 방해가 되어서인지
여인은 양산을 쓰지 않고 늘어뜨리고 있다.
뒤로는 미루나 버들 쯤으로 보이는 진록 풍성한 볼륨의 나무들이 긴 언덕과 흰 구름이 흩어진
푸른 하늘에 경계를 이루고 서있다. 그림을 보는 학생은 생각한다.
'양귀비가 예쁘다 하더니 정말이네, 악마적인 아름다움이 이런 거...
그런데 어디로들 가는 걸까? 교회? 장례식? 아무튼 붉은 꽃과 검정 옷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구나...
믿기 싫지만 혹시 연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또 한 커플이 오고 있네...
비슷한 복장에 역시 엄마와 어린 아들로 보이는... 아무튼 beautiful 하고 peaceful하고...'
해마다 어느 달력엔가는 있었다, 고호의 해바라기와 함께.
이역만리 이 땅에 드디어 개양귀비가 피기 시작하는가 싶은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들판 하나를 다 덮기도 한다.
좋을 듯 했는데 과유불급 지경이다. 이 가벼움들을 다스릴 기제는 무엇이며 언제 쯤 나타날까.
강과 산과 들판이 경박한 조경 실험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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