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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시간 시간은 과거다. 그를 이제야 깨닫는다. 손가락 틈으로 흘러나간 모래알이 남긴 희미한 간지러움 같은 과거. 하지만 그 궤적은 때때로 단단한 모래알같이 차가운 또렷함이다. 지난 한 주 나는 그리고 당신에게 있어 시간은 무엇이었나? 새들에게 있어 그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전장에 질펀한 핏물처럼 낙동강 하구 모래섬에는 시간의 궤적이 널려 있었다. 아직 붓을 들지 않은 화가 앞에 펼쳐진 캔버스같이 온전한 여백의 땅, 세가락도요, 좀도요, 흰죽지꼬마물떼새... 그들의 아찔한 가벼움이 눌러놓은 꽃잎같은 발자국조차 핏자국인 양 선연했다. 오해와 모멸, 증오와 한숨을 바둑의 포석처럼 빼곡히 놓아 온 한 주 동안 세 마리의 넓적부리도요새는 겨울을 날 곳을 찾아 떠났고 늦은 출산의 흔적을 까맣게 칠한 채 민물도요 수백 .. 2008. 10. 26.
세가락도요 2008. 10. 23.
솔개는... 이름봐라. 솔개. 소리개.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어감에 있어서는 맹금류 다운 사나움이나 날카로움이 없다. 다복솔 뭉게 뭉게 널린 야산 구릉 위로 바람을 타고 천천히 커다란 새가 나타나면 할머니는 구구구하는 소리와 함께 좁쌀을 뿌리며 병아리를 불러모았다. 어미닭과 함께 병아리들이 노랗게 모여들면 큼직한 대바구니로 살며시 덮어 버렸다. 그 안은 참 아늑했을 것이다. 그 속에 갇혀 보고 싶었다. 영문도 모르는 채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커다랗고 느릿한 그 새를 무서워 했다. 병아리를 낚아채고 심지어 밭두렁에 재워놓은 아기를 보자기 채 물고 갔다는 이야기를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들었지만, 사람 사는 집 마당까지 내려와서 무엇이든 가져 가려는 시도를 하는 소리개를 본 일이란 없었다. 내가 못 봤다고, 내가 안.. 2008. 10. 18.
해질녘 주남에 갔더니... 2008. 10. 18.
직박구리 군무 아무 데서나 만난 뜻밖의 풍경 가끔 이런 호사스러운 보너스를 받는다. 알아서 그러 할까만 그러려니 해 주어야지? '그래, 너희가 안다는 말이지 다 알고 있다는 말이지...' 오, 가을 한적한 바닷가 갈밭위로 네 몸짓 날렵하여라 ! 새와 물고기의 차이는 어느 만큼일까? 날기와 헴엄치기 하늘과 물속 습도 100 이하에서의 공간과 100에서의 그것은? 2008. 10. 12.
넓적부리도요 Spoon-billed Sandpiper ,15cm 만날 수록 중독되어 간다. 그러나 올해는 100여 쌍 만이 인간의 눈에 띄었단다. 외로운 숫자. 2008. 10. 12.
왕눈물떼새 Mongolian Plover & 흰물떼새 Kentish Plover 왕눈물떼새 어린 새 세가락도요, 흰물떼새 2008. 10. 12.
개꿩 VS 검은가슴물떼새 Grey Plover VS Pacific Golden Plover 개꿩과 검은가슴물떼새의 그 황금빛 유무에 관한 이야기는 위, 개꿩 겨울 깃 이런 가을에나 할 이야기였다. 아래,검은가슴물떼새 황금새의 그것 보다더 황금같은 색 이보다 더 자연스러운 금색을 본 적이 있었던가? 2008. 10. 6.
고대갈매기(적호갈매기)Reliet Gull, 46cm 왕눈물떼새, 고대갈매기, 좀도요, 검은가슴물떼새 편평한 머리가 포인트 2008. 10. 6.
송곳부리도요 Broad-billed Sandpiper, 17cm 누구니, 줄무늬 또렷한 너는? 얼굴 좀 보자 "빨랑 일어나, 저기 이상한 게 다가온다. " 깨우지 말라고? '얌마, 정신 차려." 2008. 10. 6.
가을은 새들이 데리고 온다구요? 봄이 그러하더니 가을도 새에 이끌려 오는군요. 노크롭 무보정의 무공해 딱새입니다, 진영단감보다 먼저 익은. 그리고 아직 덜 익은 붉은머리오목눈이 뭐 어쩌라고 2008. 10. 4.
좀도요 Red-necked Stint 15cm 자거나 졸거나 있는 듯 없는 듯 깨어 있거나 꿈꾸거나 이런 고요함이라니.. 시간도 빛으로 내려앉아 기다리고 있다. 눈을 크게 뜨지 말아라. 시간이 좀 더 조개 껍데기 안에 머무르도록. 2008. 10. 4.
휴식과 비행 무엇이 새에게로 이끌던가? 폐선의 난간, 그물을 잇는 굵은 동아줄, 양식장의 늘어선 목책들 위에 외줄로 길게 서거나 앉아 있는 새들을 보는 느낌은 어떠하던가? 지상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날개를 가진 동물이 점점이 한 줄로 늘어서서 움직임을 멈춘 채 쉬고 있다. 가장 빠른 새의 정지란 참으로 고요하다. 왼쪽- 뒷부리도요, 가운데....-세가락도요, 오른쪽 - 붉은어깨도요 도요물떼새들의 비행에선 노래가 들린다. 그들은 매번 다른 노래를 들려준다. 푸른 바다 위를 스치듯 날아 진록의 큰 갈대밭 앞에서 일제히 흰 배와 날개를 드러내며 회전을 한다. 그리고 한결 같이 검은 등을 보이며 모로 서서 날아 본다. 이제 곧 온통 하얀 날개와 가슴들을 내밀며 모래톱 위에 그림같이 내려앉을 것이다. 귓속을 맴도는 노랫.. 2008. 9. 9.
청다리도요사촌 Spotted Greenshank, Nordmann`s Greenshank, 30cm 청다리도요보다 짧고 노란 끼가 도는 다리에 두툼하고 곧은 부리를 한 녀석 가까이 온 개꿩이 귀찮은 듯... 함께 간 분들 덕분에 만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2008. 9. 9.
세가락도요 Sanderling, 20cm 흰물떼새 세가락도요들 "아저씨.." 하며 한 마디 할 것 같은... 여름이 조금 갈색으로 남아있다. 아직 봄,여름을 모두 붙잡고 있는 아이 2008. 9. 8.
넓적부리도요 Spoon-billed Sandpiper , 15cm 숨을 헐떡이며 다가가서 숨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어느 해 겨울, 이른 아침, 옥구염전에 가니 넓적부리도요 200여 마리가 줄지어 앉아 있더란다. 겨울이 되어 몸은 더 하얬을 것이고 짧고 두툼한 부리는 더 까맣게 보였을 것이다. 누가 그들을 상상화로 그려서 좀 보여주면 좋겠다. 2008. 9. 7.
청다리도요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새들에게서 그의 말을 듣는다. 2008. 9. 1.
Memory 유부도 가을의 습격. 아침 창 밖의 빛이 그러했다. 산능선과 숲과 집들을 노랗게 혹은 하얗게 비추자 그들이 객지이고 내 집이 곧 여인숙이 된다. 그 빛 따라 유부도가 펼쳐지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얼마를 지불해야 이만한 추억을 살 것이던가. 아침 햇살이 경운기와 사람을 하나로 만든다. 이런 풍경이 눈물 나도록 좋았다 사람도 새만큼 예쁘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 곳 암만 봐도 신사들 흔들림 없고 섞이지 않는 저 흑백의 대비가 눈부시지 않은가. 이들이 탁구공처럼 뭉쳐서 내 앞을 또 사람들 사이를 날 때, 새들의 마음을 보는 듯했다. 그것이 환영의 무엇이든 과시의 세리머니든 이해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저녁이다. 무겁고 음울한 빛. 그 섬에 다시 가고 싶다. 2008. 8. 25.
황로 때때로 색깔도 음악적이지 않은가. 첼로로 연주하기엔 너무 선연한 대비. Bach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008. 8. 17.
제비갈매기 Common Tern 가운데 검은 부리에 큰 머리, 검은 색 야구모 2008. 8. 15.
파랑새를 보는 아이 요즘 어리광이 심하네요.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스물이라고 선선히 대답은 하네요. 파랑새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보고 듣는 게 새인지라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척이라도 합니다. 우리 집에선 동물 안 좋아하면 이상한 사람 되니까요. 적잖이 오랜만에 집에 와서 이제야 같이 좀 지내는 중이네요. 빈 방 놔두고 한 방에서 잡니다. 안 부끄럽냐고 물으면 대답도 안 합니다. 전에 쓰던 D200에 18~200mm 붙여서 적당히 세팅해 줬더니 대포들 틈 속에서 흉내를 내며 찍어 옵니다. 제 사진이 더 좋다고 우깁니다. 아닌 게 아니라 거창한 대포 들고 폼 내며 잡은 것보다 외려 자연스럽습니다. 화각이 커서 그렇다는 것을 녀석은 아직 모릅니다. 설명해 줘도 못 들은 체하겠지만. 파랑새 둥지의 새끼들을 보거나 어미.. 2008. 7. 21.